간혹 나는 연옥의 교리나 성모공경의 교리 등에 관해 개신교신자의 질문을 받게 되면 부끄럽게도 우물쭈물하거나 두서없는 설명으로 그 훌륭한 교리에 먹칠을 하곤 했었다. 그동안 나의 신앙은 주일을 빠뜨린 죄가 가벼운 죄인양 간단하게 고백성사를 받고는 그것으로 신자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착각속에 빠졌던 신앙이었다. 나의 기도는 기도문을 줄줄 외는 앵무새 기도이거나, 나의 소망만 잔뜩 나열해 놓고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끝내 버리는 독백의 기도였다.
물론 나 자신이 이것이 올바른 실앙생활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또한 스스로 올바른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러던중 얼마전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과 작은 자매전교회에서 펴낸「하느님을 만나는 길」을 읽게 된것은 주님이 주신 커다란 은총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에도 피정을 하거나 고백성사를 받으며 겉치레에 불과한 나의 신앙에 반성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특히 가톨릭서적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동은 피정이나 성사에 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기도하던(소망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불리워지던) 모든 바램은 실상 인간세상의 가치기준에서 남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는 욕심일 뿐이었다.
나의 욕심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했고 분노하기도 했고 남에게 칭찬하는데에 인색하면서도 나 자신은 다른 이에게 칭찬받기를 원하는 등 七罪宗(인간이 범하는 모든 죄)에 묻혀 살았다.
나의 모든 죄악이 바로 우리의 구원을 위해 돌아가신 주님을 거듭거듭 십자가에 못박는 행위임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면서 재물쌓기에 바쁜 어리석음과 사람들에게 입에 발린 칭찬을 듣는 것이 하느님에게도 칭찬받을 만한 일인것처럼 여기는 오만함이 모두 연옥에서 나의 죄를 정죄할 불길이 될 수 있음을 이제라도 깨닫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이 모두 주님의 은총이리라.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의 기도를 국민교육헌장처럼 입으로만 달달거렸으니 그동안 주님은 얼마나 시끄러우셨을까? 성모님께 바치는 로사리오기도중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분심이 있었는지.
가장 먼저 그리스도를 믿는 이가 되시고,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중 가장 큰 고통을 당한 분이신 그리스도의 모친이자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겸손되이 무릎꿇어 당신을 닮은 삶을 살고자 기도드린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