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지만 나는 가끔 나의 본당생활에서부터「따로」떨어져 나와 숲 속으로 도피해 버린다. 이리저리 쫓기며 살다 보면 늘 같은 생각이나 인습 그리고 고정된 틀에 묶여 위선적이 되거나 거짓된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꾸만 나태해지고 긴장이 없다 보면 삶이 축 늘어진다. 그러다 보면 변명만 늘고 합리화 구실만을 찾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한 번씩「따로」떨어져 나옴으로써 억압된 진실을 발견하게 되고 참다운 인간의 길을 물으면서 그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길들여진 곳에서부터 따로 떨어져 나와 보면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보인다.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도 따로 떨어져 나온 외딴 곳 즉 한적한 곳에서 탄생한다. 예수께서는 이 한적한 곳에서 푹 쉬시고 아버지께 기도하시면서 자신의 가야 할 길을 다짐하셨다. 따로 한적한 곳에서 홀로 존재하시던 바로 그곳이 예수님의 힘의 원천이시다.
우리 현대인들은 더위와 소음과 각종 공해, 상처 받은 자존심, 두려움과 걱정, 교통사고와 스트레스, 소비와 탐욕 등으로 인해서 너무 지친 것 같다. 그리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국제 경쟁력의 싸움판에 뛰어들었다. 성공할수록 근심 걱정이 많아지는 현대생활 속에서 우리 모두는 자기 회의에 빠져 자유로운 인간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자, 우리 모두 따로 한적한 곳으로 떠나자. 어차피 인생은 미완성인데 각자 유언장을 써놓고 모든 걱정은 떨쳐버리고 문명생활을 떠나, 개구리와 들, 꿩 새끼들, 잠자리와 은하수, 별똥과 옥수수, 꽃과 나비가 있는 곳에, 즉 숲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상처 받은 사람들, 아픈 사람들, 가슴이 무거운 사람들, 숲 속에서 오래 머물면 자연스럽게 치료된다. 그리고 식물이나 동물에게서 배우자. 소쩍새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내 어깨에 앉은 잠자리, 아침 햇살의 다람쥐, 밤의 주정꾼 나방, 소나무 등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참나무 두 그루가 다 다르며 아침, 한낮, 저녁에도 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꼭 지리산이 아니라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이다. 문제는 인간의 관심이며 내적인 침묵과 몰두하는 능력이다. 한 송이의 산나리꽃에서 창조의 신비를 볼 수 있지 않은가. 한 번은, 상주 우암산에서 본 것인데 이름 모를 새의 무게에 의해서 갈대가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의 아름다움!
이제부터 산간학교는 하느님의 창조의 신비를 배우는 녹색학교로 바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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