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시대에 저질렀던 「칼(KAL)」기 격추 사고를 「러시아」 시대에 화해로 해결해 보고자 시도하는 그들을 어찌 봐야 하는가?
북한이「중·소」 사이에서 근 50년을 미묘한 갈등을 일으키며 줄다리기 외교를 하다가 끝내 배신감을 맛보며 한·중, 한·러 국교 관계를 격렬한 비난으로 떠들다가 지금 제풀에 지쳐 있는 걸 보며, 우리는 고소해 할 일이 아닌 듯하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러시아인들은 「진실」을 중시하지 않는 원리를 가진 것 같다. 불법, 위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강대국의 특성이 아니라 공산주의의 특성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70여년 공산주의를 한꺼번에 벗어 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합법적인 공산 혁명이 있을 수 없고 보면, 불쌍한 생각도 든다.
「칼」 사고는 소련다운 사고였지만 지금 와서보니 잘못 사용한 칼 같은 사고였다. 러시아는 속으로 얼마나 후회하고 있을 것인가? 미국이 미워서 격추시키고 보니 미국과 관계된 사안은 없고 한국만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하기야 피차 적성국이나, 애처러울 거야 없었겠지만, 대국(?) 소련으로서는 망신살이 뻗쳤고, 이번 옐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며 내놓은 블랙 박스가 거짓 박스가 되었으니, 국제적으로 그들의 몰골이 우습게 되었다. 더구나 러시아가 한국을 더욱 필요로 하는 입장에서 상호 방문이 이루어진 정상의 만남인데 일이 이 모양이 되었으니, 그들은 지금 무척 난처해 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은 수치도 모르고, 대통령 장관 가리지 않고 위선적이니, 거짓말 하면 될 것이고, 얼버무리면 세월이 지나 잊어 버릴 것이어서 걱정할 것 없겠지.
우리는 어떤가? 약소국가의 비애 같은 것이다. 수많은 목숨을 앗기고, 보상은 고사하고 절절한 사과 한 마디 못받으며 거짓 박스를 받고도 큰 소리 내지 못하는 아픔. 2천년전 예수님께서 그러하셨으리라. 아무 죄 없이도 십자가의 처형을 당하시지 않았는가? 용서하고 용서하리다.
그들로 하여금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내실을 기하리라. 다만 그 아픈 유가족의 상처를 위해 기도하리라.
속이 까만 사람들이라 시원시원히 못 내 놓고, 감추고, 적반하장격으로 거드름 피우니, 블랙 박스를 밝은 색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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