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를 펴들면「금주에 기억할 사제」난을 꼭 읽는다. 「발바닥 신자」인 내가 잘 아는 신부님도 드물지만 선종한 연세만은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왜 그러한 데다 신경을 쓰느냐」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지난 몇 달 동안 주보에 실린 스물다섯 분의 선종하신 신부님 연령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정학한 장기간의 통계가 아니지만 스물다섯 분 신부님 중 팔순을 사신 분이 한 분, 70대가 다섯 분, 60대가 여섯 분, 50대를 일곱 분, 40대가 세 분, 30대에 선종한 신부님이 세 분이었다.
성직자는 신품을 받을 때 독신과 청빈, 순명을 맹세한다. 그 신품이라는 절차도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질 않는가. 신품을 받을 사람은 세례, 견진을 받고 교회에서 제정한 교육과정을 거친다. 가톨릭대학은 신학과 철학을 6년간 배우니 일반사회의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것과 같다.
어디 그 뿐인가. 연령의 제한도 있고 신부가 되려면 개인적인 모든 것을 포기, 주교에게 순종하고 복음을 증거할 뜻을 가진 분이어야 된다고 한다.
또 일생을 독신으로 지내야 하고 세속적인 현세관이나 인간적인 생각을 초월하여야만 성소(聖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선택되기도 어렵지 않는가.
나의 무디고 어리석은 필설(筆舌)로 고귀한 삶을 살고 계시는 신부님들의 고난과 어려움을 어찌 다 표현하리오.
가끔 깊은밤 옥상에 올라가 야경을 보았다 수많은 집들 사이에 붉은 색의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교회가 많다는 증거가 아닌가?
십자가 표시는 교회이다. 개신교가 대부분이고 목회자도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엄청난 숫자의 목회자가 매년 배출되고 있음을 비난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 기독교의 모 단체가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그 해 신학교를 졸업한 학생수는 2만여 명으로 정규대학 학력 인정 학교 등에서 배출된 1천5백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인가 신학교 졸업생 등이 대부분이고 통신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졸업생까지 합치면 우리 교회의 성직자인 사제의 숫자와 비교도 안된다. (세계일보ㆍ1990년 4월 지령 642호)
이런 현상을 봐서도 가톨릭 신자들은 축복받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 희소성을 지닌 신부님들이 다른 종교지도자에 비하여 일찍 선종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신자인 우리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지만 교계에서는 커다란 손실이자 교세 확장상 장애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의 이 같은 생각이 몹시 당돌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른다.
존귀한 신부님들이 일상 생활에 있어 술과 담배 등을 절제하고 건강의 유지와 증진에 힘써 주시기를 이번 기회에 거듭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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