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성찰하고 주님이 주신 영혼의 평화를 이루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 피정. 그 피장이 대림절을 맞아 오랜만에 본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은혜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 뒷산은 떡갈나무 잎들이 포근히 계곡을 뒤덮고 있었고 그 사이로 해맑은 한줄기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낙엽을 태우는지 산자락을 감싸도는 한무리의 연기속에 주님의 고요한 평화가 함께 머무신듯 했다.
우리 형제들은 본당공동체를 위한 토론으로 밤 11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모두 피곤했던지 곧 잠들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 시점부터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코를 골기 시작한 것이다.
들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물 쏟아지는 소리 슬픈 퉁소 소리 까까까~깎! … 푸~우 나로서는 평소에 탁상시계 소리조차 귀에 거슬려 멀리두고 자는 순진한 잠버릇(?)이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물에 기름이 돌듯 중대한 도전과 시련에 부딪치게 된 것이었다.
더욱 희안한 일은 2시쯤 지나 벌어졌다. 전날 수녀님의 특강이 끝난뒤 우리 형제들은 「사랑의 송가」를 불렀는데 그 리듬이 잠재의식에 남아 있었는지 어느 형제가 자다말고 갑자기 콧노래로 유창하게 그것도 끊임없이 끝까지 해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혹시나 싶어 옆방을 기웃거려 봤는데 역시 대동소이한 상황이었다.
어둠이 깔려있는 넓은 뜰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주님께서 고기잡던 베드로를 비롯한 여러제자들을 데리시고 갈릴래아 호수를 수없이 배를 타고 오가며 전도를 하시지 않으셨던가. 그리고는 여행에 지친 제자들과 불쌍한 이들을 다 품에 안으시고 사랑의 기도를 하시지 않으셨던가?
「이런 코고는 소리하나 견뎌내지 못하고 무슨 형제사랑 운운 한다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방으로 갔다. 그러나 여전히 코고는 합창은 계속 되고 있었다. 베개를 걷어들고 아예 형제들을 향해 돌아누웠다. 몇시간 적응훈련이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지쳤는지 그제야 꿀맛같은 잠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뿐 매정한 기상종소리가 어느듯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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