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이 끝나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다. 전례상 성탄절이 된다. 아기 예수로 말 구유에서 태어나는 그리스도를 목동들처럼, 동방 박사들처럼 맞이하고 찾아갈 것이다.
중·고시절, 성탄절은 대망의 계절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년들의 풍속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으리라. 두 아이가 중·고에 다니는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성탄 전날은 캐롤 예약이 되어 있을 것이고, 이미 대림기간중 연습계획이 서 있게 마련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들이야 공부에 방해된다고 참가시키지 않으려 하지만, 아이들은 교묘하게 부모의 잔소리 망을 빠져 나와 저희들끼리 어울리고야 만다. 이런 즐거움도 없다면, 그 지루하고 어려운 공부를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태풍때에도 순간 쾌청한 태풍의 눈을 보는 것처럼, 성탄절은 청소년들에게 보석같은 시간임에 틀림없다. 참으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구세주이시다. 이렇게 성스럽고 명랑하고 긍정적인 모임에도 부모들은 걱정을 앞세우며, 그밤에 나가지 말도록 하는데, 교회의 행사가 아닌, 청소년들의 성탄절모임을 어느 부모가 허락하겠는가? 방탕이 질펀한 모임이리라고 단정하는 부모들의 반대가 성화같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마다 성화되어 가는 것을 보지만, 아직도 성탄 전야의 전국 경찰서와 파출소는 아비규환이라 한다. 하기야 교회의 명절만이 아니라 온 국가 국민의 공휴일이며, 온 인류의 구세주가 오신 날이니, 당연할 밖에!
언제부터인가 교회는 성당 건물을 화려하게 치장하며 성탄을 맞는 대신 행사는 간소하고 검소하게 치르고, 의미있고 실속 있는 불우이웃 돕기 운동을 조용히 펼쳐, 사회의 등불·귀감이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언제나 성탄이 되도록 연중 지속적으로 이웃을 도와, 성탄절에 절정을 이루도록 기획하기도 한다. 우리 성당에서는 대림 판공 보속으로 불우이웃 단체방문을 가족 단위로 하도록 권장하여 몇년동안 실천해 왔다.
그늘에서 이 일을 뒷받침하는 봉사자들은 성탄처럼 바쁘고 고통스런 때도 없으리라. 그러나 얼마나 큰 사랑이고 거룩한 희생인가?
예수님께서 그 추운 날 구유의 「음식」으로 오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음을 알고야 성탄절을 난장판으로 만들겠는가? 복음을 전하여, 사랑을 쪼개고 나누어 가지는 성탄으로 가꾸고 싶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