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 탄생의 환희와 기쁨을 알리는 크리스마스의 종소리가 온 누리 은은히 울려퍼지고 있다. 어느새 한해가 다 지나 이제 엿새 후면 새해가 시작되는 송구영신의 시점에서 또다시 성탄절을 맞고있다.
성탄은 이미 모두에게 다가와 있다. TV나 라디오 등에서 흘러나오 는 캐롤송에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그리고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자선을 외쳐대는 구세군의 목소리에서 성탄은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성당마다 숨 가쁘게 전멸하는 수백개의 전등을 빛과 검소하게 꾸며진 구유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 축제 등이 성탄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를 그 기쁨에 흠뻑 젖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처럼 가까이와 있는 성탄이 과연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과연 구세주·아기 예수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가?
또 과연 그 아기는 우리 각자에게 우리 각 가정에 그리고 우리 나라와 국민의 마음 안에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일주일 전에 대통령 선거를 치루었다. 돈을 뿌리는 타락행위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사상 유례없는 중립내각이 구성돼 관권이 배제됨으로써 비교적 공명정대한 선거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대선은 우리의 선거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켜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선거휴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당선자와 낙선자들간의 축하와 격려의 인사가 오가긴 했지만 심중에 남은 앙금들이 문제다.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당선자의 아량과 포용력이 우선돼야할 것이며 낙선자의 겸허함과 협력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각 당이 선거기간중 행한 고소고발 사건들을 서로 취하하는 일은 보기에도 흐뭇하다.
이와 곁들여 현대그룹에 대한 수사도 하루속히 매듭지어 이제 기업본연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해야 할 것이며 누적돼온 지역감정문제도 균형있는 지역개발과 균등한 인사정책 등으로 해소시켜나가야할 때이다.
그리고 경제희생과 민생치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인간존엄성의 수호와 인간들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는 곳에 품 구세주가 탄생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탄이 차가운 겨울에 이루어지는 것은 추위와 굶주림과 헐벗음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함인 것이다. 소말리아에서 굶어죽고 병들어 죽어가는 수만명의 어린이들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우리에게 성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활주변에서 또한 각종 복지시설에서 가난과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아파하고 몸부림치는 이웃을 외면하는 거기에도 성탄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정녕 성탄은 매년 되풀이되는 껍데기행사가 아니라 내 마음안에서 준비되고 이웃안에서 실천되는 나의 새로운 탄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곧 새로운 나의 탄생없는 성탄은 무의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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