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 같은 친구 데레사! 너의 견진을 마음 모아 축하한다. 세상의 온갖 일로 우리들의 마을이 들떠있고 부산한 것을, 하느님의 심부름꾼 쌀쌀한 계절이 우리에게 생의 저녁시간을 생각해보라고 속 삭이는구나. 그래 이런 시간이면,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기 3, 19)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세속의 명예, 부, 물질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바쁜 우리들, 너무 바빠서 나중엔 왜 바쁜지 이유도 모른 채 무감각하게 되고 가난하고 아름답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뜻과는 반대로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 채, 우리의 마음은 인간적인 욕심으로 가득 차 있구나.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이방인과 똑같은 삶을 추구하다 보니 하느님 보시기에 보석처럼 빛나는 영혼이 되지 못하고 그래서 하느님이 주시는 귀한 보화도 얻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사랑하는 친구여! 너보다 1년 먼저인 선배신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우리교회를 빛나는 천주교회, 진리의 교회라고 자랑하고 싶구나. 교회사적으로 부끄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상관없이 많은 순교 성인성녀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우리 교회야.
어떤 성인은 사자의 밥이 되면서 또 불에 타 죽으며 하느님을 증거했지.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으로 이렇게 손쉽게 가톨릭신자가 되었으니 너무 감사한 일이지. 예수님이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시고 우리가 구원받은 것처럼 말이야. 견진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은총 속에 기뻐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나도 무척 행복했단다. 앞으로 하느님 사업을 위한 동지로서 너를 친구로 선물을 주신 하느님에게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다.
기도 잘하시며 대녀의 영혼을 지극히 돌보시는 너의 견진 대모님을 통해 성모님의 따스함을 느꼈단다. 교회안에서 또 나의 주변, 너의 주변에 영혼이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람들속에서 난 행복하기 때문에 이미 천국을 사는 것 같구나.
루이라벨의「성인들의 세계」에서 너의 영명인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사물들에 대한 성녀 데레사의 태도는 마치 이 세상에서는 하느님과 자신만이 있는 것같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는 귀절이 있단다.
나의 친구여!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하느님의 도구로 쓰이도록 하고, 험난한 이 시대에 우리들과 하느님만이 있는 것처럼 용감하게 살자.『그리스도들 위하여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하여 온전히 벗고, 비고 없는 몸 되기를 바라라』는 십자가의 성요한의 말씀을 생의 지침으로 삼으면서, 다시 한번 교회안에서 이젠 어른이 된 너의 견진성사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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