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무엇보다도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골로 3, 14). 혼인과 가정에 대한 모든 말씀은 「사랑과 생명」이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가정의 원동력은 사랑이고, 가정의 기본 임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가정은 그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고 있다. 이 시대에 팽배하고 있는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사회의 모태라고 할 가정의 질서를 점차로 파괴하고 있다. 소위 자유동거, 이혼의 증가, 그밖의 여러가지 탈선 풍조로 가정제도가 어두워졌으며, 부부애는 이기심, 향락, 부당한 피임 수단 등으로 속화되고 있고, 모성과 부성은 수많은 낙태 행위로 그 권위와 의미를 잃고 있다. 이제 2천년대에 경제 일변도의 절음발이 선진국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사회에서 넘어야 할 관문을 정신을 차리고 넘어가야 한다.
2, 1989년 12월 8일, U·N은 1994년을 「세계 가정의 해」로 선포하였고, 그 주제를 「가정: 변화하는 세계에서 그 역량과 책임」으로 정하였다. 선진미래를 그리는 우리나라가 그때에도 「낙태왕국」이라는 소리들 듣고 있어야 할까? 94년 세계 가정의 해는 마땅히 혼인과 가정의 진정한 가치, 잉태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존중을 확인 강화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교황청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행사가 도리어 그 진정한 본질과 배치되는 가정관 (예컨대, 동거와 결혼의 동일시)과 불임시술, 피임, 낙태 허용 조장 및 재정적 지원 등 반인륜적 반생명적 수단을 통한 인구증가 억제 정책을 선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사실은 가정의 붕괴와 위협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사회를 피폐화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생명 존중은 가정의 기본 임무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본의무임을 명심하여 연간 1백50만의 낙태 왕국 소리를 면해야 한다.
3, 1996년부터는 「제1의 고아 수출국」 소리를 듣지 않게 될런지! 정부가 해외 입양 금지정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일까? 90년부터 수차례 열린 「국제사법에 관한 헤이그회의」협약은 고아원같은 집단 수용시설에 부모없는 어린이를 수용하는 것을 비인간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초안을 채택한 72개 회원국에는 고아원이란 없어진지 오래다. 고아원은 대부분 지난날의 공산권에 속해 있던 나라들과 그리고 저개발국가나 후진국에만 있고, 이제는 「비인륜의 시설」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이 국제 협약을 외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에서 이미 사라진 「고아원」이 언제나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만큼 성숙한 나라가 될까? 사실 우리나라에는 2백76개소의 아동수용 복지시설에 2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살고 있고, 미혼모가 낳은 기아나 부모가 찾아가지 않는 미아가 새로 매년 5천여명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부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기아, 미아는 모두 1만9천1백32명으로 그중에서 1만4천37명이 귀가했고 1천4백65명이 미아로 3천6백30명이 기아로 분류됐다. 기아의 경우 미혼모가 버린 사생아 52%, 장애자 유기 26%, 결손가정이 버린 사생아 22% 순이다. 그런데 지난 88년부터 91년까지 4년 동안 해외입양은 평균 4천여명(91년, 2천1백97명)으로 국내입양 평균2천(91년, 1천2백41명)여명의 배가 된다. 우리 모두 뭔가 정신을 새로이 가다듬어야 한다.
4,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모든 가정이 희망할 수 있는 이상적 가정의 모범으로서 우리는 이 성가정을 바라봐야 한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충실하고, 자기봉헌으로 사랑을 나누며, 죽기까지 역할에 성심하셨던 예수, 마리아, 요셉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 가정이 소위 「합숙소」를 면할 수 있고, 국가 역시 「낙태왕국」「제1의 고아 수출국」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가정공동체의 탄생과 발전은 자기봉헌의 사랑을 통해서 형성된다는 것과 가정의 일치는 희생정신으로써만 보존되고 완성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가정공동체 제21항 참조). 모든 가정이 이를 유념해야 하겠지만, 신앙인들이 먼저 그 실천 의지를 더욱 보여야 하고, 그러려면 하느님께 신뢰하는 표로 적어도 신자개개인이 매일 묵주의 기도 1단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바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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