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톨릭교회가 지난달 열린 금년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기혼자「종신부제」제도를 도입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종신부제제도 도입은 지역교회가 협의 결정한 후 교황청에 신청하면 인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교회의 종신부제 탄생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부활된 기혼자 종신부제제도(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29)는 이미 시행된 지 사반세기가 넘었으며 서구 교회에서는 보편화된 지 오래이다. 미국 가톨릭의 경우는 1만 명 선을 넘어 종신부제 수가 사제 총수의 20% 선까지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교회에서는 종신부제제도가 아직은 생소한 제도인데 이번 일본 교회가 종신부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아마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 가톨릭교회는 이번 종신부제제도 도입에 앞서「교회 행정법제 위원회」에 이 문제의 연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연구 기간, 연구 내용 등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이 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심의, 주교단 공동명의로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신부제의 필요성은 사제 부족 해소의 한 방안을 생각하여왔다. 그러나 일본 가톨릭교회의 경우, 새 사제 배출은 정체상태에 있지만 사제 1인당 신자 수는 한국 가톨릭교회에 비해 1/6 수준이어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일본 가톨릭교회 사제 총수(외국인 포함)는 1천7백66명으로서 사제 1인당 신자 수는 2백46명에 불과하다. 반면에 한국 가톨릭교회의 사제 총수(외국인 포함)는 2천1백73명으로서 사제 1인당 신자 수는 1천4백77명에 달하여 한국 사제가 일본 사제보다 여섯 배나 많은 신자사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만으로 본다면 정작 종신부제가 시급한 곳은 일본보다 한국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일본 교회의 종신부제제도 도입 결정 배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사목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 교회는 이미 1971년부터 주교회의에서 종신부제제도 도입문제가 거론된 바 있고, 주교회의에서 이 문제를 연구토록 결의한 바도 있다. 당시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는 이 문제 연구 결과를 이듬해 주교회의에서 보고하였으나 채택되지 못하고 무기한 보류된 바 있기 때문에 일본 교회의 종신부제제도 도입 결정에 따른 한국 교회의 입장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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