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우리 가족은 전주에 있는 치명자산을 다녀왔다. 대전에 사는 우리는 1시간 거리인 전주가 초행인지라 근처에 사시는 구역장님의 안내 말씀을 기억하면서 지도를 펴들고 2백여 년 전에 순교하신 유항검 가족의 묘소가 있는 성지를 찾아 나섰다.
7살, 4살 된 꼬마 녀석들도 열심히 등산을 했다. 차를 주차시키고 절을 두세 개 지나면 바로 치명자산 성당이 나올 거라는 구역장님의 말씀과는 달리 주위에는 절도 없고 오직 산길로 오르게만 되어 있었다.
7살짜리 큰 녀석이 언제 성당이 나오느냐고 짜증내며 힘들어했다.『이곳은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살려주겠다고 하는데도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해서 죽음당하신 분들이 묻히신 곳이다. 너도 그럴 수 있겠니?』하니까 녀석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그분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겠지?』라고 하니까 녀석은 더 이상 불평없이 정상까지 올라갔다.
마침 서울서 단체로 오신 이들의 미사가 있어 함께 참례하고,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굽이쳐 내려다보이는 전주 시내도 구경했다.
동정부부 유 요한과 이 루갈다의 고결한 삶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산하는 걸음은 훨씬 가볍고 보람 있었다. 내려와보니 입구에 길 안내판이 있었다. 우리가 택한 길은 구역장님이 가르쳐주신 곳의 반대편이었다.
처음부터 그 입간판을 보았다면 훨씬 편한 길을 택했을 텐데 그것을 지나치게 해서 우리 식구가 함께 땀 흘리고 잠시나마 순교자의 고통을 생각하게 해주신 주님의 숨어 보시는 눈길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어린 7살, 4살의 두 아들이 그때 흘린 땀방울을 늘 기억하고 언제나『예수님 사랑해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성지순례를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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