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을 맞아 연옥영혼들을 위한 위령기도가 전국 곳곳에서 봉헌되고 있다. 위령기도는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언젠가는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을 묵상하는 거룩한 행위다. 개인적으로 묘지나 봉안당(납골당) 등을 찾거나 편리한 공간을 활용해 기도를 올리는 신자들은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겸손을 배우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령성월에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장례문화다. 죽음에 대한 한국 특유의 부정적인 인식에 가로막혀 화장이나 납골시설 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상장례에는 화려한 장례식장이나 호화로운 분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시로 찾아갈 수 있으려면 교회 시설 또는 접근이 용이한 곳에 묘지가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화장(火葬)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각 교구마다 설치된 공원묘원은 매장묘지가 만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봉안당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공원묘원에도 유해를 모시기 힘든 상황이 오게 되면 도심 내 또는 각 본당에 봉안당을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매장을 기본으로 하되 부득이하게 화장을 할 경우 묘지나 교회 안, 봉안당 등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고 훈령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봉안당 등을 ‘혐오시설’로 받아들이는 한국적인 정서와 제도의 벽에 자꾸만 부딪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대교구 한 본당에 봉안당을 만들려는 계획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학교 주변에 봉안당을 설치하면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서구교회들이 봉안당을 공원화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삼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삶과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바람직한 장례문화를 만드는 일에 교회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라는 올바른 가치관을 사회에 전파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