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교회가 기념하고 있는 평신도 희년의 화두는 바로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다. 평신도는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에 참여한다. 교회가 평신도에게 부여한 사명인 평신도 사도직이 무엇인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인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Apostolicam Actuositatem, 이하 평신도 교령)을 통해 알아본다.
■ 평신도 사도직이란?
‘사도직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1965년에 발표된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문헌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교회는 성직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으며, 평신도는 ‘듣고 따르는 교회’라는 수동성이 부각돼 왔다. 평신도 교령은 이러한 수동적인 평신도상을 극복하고 평신도의 특수사명이 지닌 의미를 밝힘으로써 평신도 사도직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효과적으로 참여하여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에서 맡은 자기 역할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수행한다.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하여 실제로 사도직을 수행한다”(2항)라고 평신도 사도직을 정의하고 있다.
또한 평신도 교령은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고유한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오늘날의 상황은 더욱더 활발하고 광범위한 평신도 사도직을 요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날로 증가하는 인구, 과학 기술의 진보, 더욱 긴밀해지는 인간관계 등은 평신도 사도직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켰다. 그 영역의 대부분은 평신도들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신도들의 깊은 관심과 연구가 요구되는 새로운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1항)고 밝히며, 평신도 사도직에 큰 의미도 부여했다.
■ 평신도 사도직의 목표
교회의 모든 사도직 활동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영적인 질서와 현세 질서 안에서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들이 이러한 교회의 이상을 수행하는 것을 평신도 사도직의 목표로 삼고 있다. 평신도 교령은 “두 질서는 서로 구별되지만 하느님의 하나인 계획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신자이며 동시에 시민인 평신도는 이 두 질서 안에서 지속적으로 한 그리스도교 양심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5항)고 강조한다.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가 이 두 질서 안에서 복음화와 성화를 이루며, 현세 질서를 그리스도교화하며, 자선활동에 매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복음화와 성화를 위한 평신도 사도직은 생활의 증언과 초자연적 정신의 선행, 그리고 말로 전파함으로써 가능하며, 현세 질서의 그리스도교화는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완성할 수 있다. 평신도 교령은 “이는 거의 전적으로 평신도들의 활동에 달려 있다”면서 “평신도는 가정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제도와 국제적 기구들이 공동선에 기여하고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도록 행동해야 한다”(7항)고 당부하고 있다.
또한 평신도 교령은 모든 사도직 활동은 사랑에서 시작되고 사랑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자선 사업은 복음의 가장 큰 계명인 이웃 사랑의 실천이며, 그리스도 제자의 표지”(8항)라고 강조했다.
■ 사도직 실천 분야
평신도들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평신도 교령은 그 중, 교회 공동체(본당)와 가정, 청소년, 사회 환경, 국가와 국제 질서 안에서의 활동을 강조했다. 특히 평신도 교령은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더욱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도직 참여를 중요시했다.
평신도 교령은 “교회 공동체에는 평신도들의 활발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평신도들의 활동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사목자들의 사도직도 완전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당 공동체는 공동체 사도직의 훌륭한 표본”(10항)이라면서 본당 사목자와 협력할 것 또한 당부했다.
이어 평신도 교령은 ‘사회의 첫째가는 핵심 세포가 되어야 할 사명을 받은’ 가정 안에서의 평신도 사도직 강화를 강조했다. 평신도 교령은 가족 간의 사랑과 가정 안에서의 성화로 ‘교회의 가정 성소’가 되어 교회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인 활동의 예로, 버려진 아이 입양, 이방인 환대, 학교 운영 지원, 청소년 인격 성숙 지원, 예비부부 교육, 교리 교육, 어려운 가정 지원, 노인에 대한 공경이 제시됐다.
다양한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의 활동 모습. 평신도 교령은 수동적인 평신도상을 극복하고 교회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평신도의 특수사명이 지닌 의미를 밝히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단체 사도직
특히 평신도 교령은 조직적인 단체 사도직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도직의 수행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개인 사도직과 오늘날 강조되는 가정 안에서의 사도직뿐 아니라 현대 사회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사도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령은 “신자들의 인간 조건과 그리스도인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18항)라며 단체 사도직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사도직 자체가 공동 활동을 요구하고 있고, 따라서 실제로 개인이 따로 행동하는 것보다 단체로 활동하면 훨씬 더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신도 교령은 단체 사도직을 수행함에 있어 평신도들은 성직 위계와의 일치를 보전해야 하며, 사도직 단체들은 상호 존경과 일치의 정신으로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평신도 교령은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평신도와 성직자가 서로 협력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성직자들은 평신도들이 교회 사명의 수행이라는 과업 수행에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당부한다. 성직자들은 평신도가 갖고 있는 은사를 인정하고, 평신도들이 사도직 수행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평신도들이 사목자들로부터 교회의 영적인 보화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또한 자신의 능력에 합당하게 교회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 평신도 사도직의 과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기초해 1983년 개정된 교회법은 평신도의 성격과 직무를 새롭게 규정하고 부여했다. 교회법은 평신도의 법적 지위를 회복시켜 교회를 진정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 구성하려는 의지를 표현했다. 평신도가 없다면 교회도 없기 때문이다. 평신도는 더 이상 기도하고, 교회의 유지에 기여하며 교계 제도에 복종하는 보잘 것 없는 신분이 아니다.
평신도는 교회와 세상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사명을 자신의 고유한 사명으로 알고 수행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평신도들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자신의 신원을 자각할 필요가 있으며, 평신도에게 부여된 사명 및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평신도 교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을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목소리와 성령의 인도에 기꺼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즉각 응답하기 바란다”고 간청하고 있다. 평신도들은 다양한 형태와 방법의 사도직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주님의 협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