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부터 5박 6일 동안 서울대교구 한마음 수련장에서 17명의 주교님들을 비롯하여 1백8명의 신학생 양성 책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급변하는 세계에 적응하는 사제 양성을 위한 연수회가 있었다. 이러한 대규모의 사제 양성자 연수회는 한국 교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에 가히 역사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사실 이 모임은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인「현대의 사제 양성」이 반포된 후 훌륭한 사제 양성을 위해선 우선 양성자 자신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필리핀에서 아시아 각국 신학교 책임자들을 초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연수회를 개최하였으며 이때 참석한 한국 신학교 책임자들이 우리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수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그 후 몇 차례 신학교 책임자들의 준비 모임이 있었고 그 뜻이 주교회의에서 통과되어 주교회의 성직위원회의 이름으로 이번 회합이 개최되었다.
이 연수회에서는 주로 신학생들의 지적 성숙, 영적 성숙 및 인간 성숙 차원에서 교과목, 생활규칙, 영성지도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서 주제 발표와 토의를 하였고 이를 통하여 당면한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으며 앞으로 신학교 쇄신의 큰 계기가 될 줄 믿는다.
이러한 토의 결과가 일시적 탁상공론이 되지 않기 위하여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교과목에 있어서는 과목들 사이의 유기적 통일성을 기하도록 하면서 중복을 피하고 현실성이 없는 과목은 과감히 없애도록 할 것이며 학생들에게 신학 전반에 대한 통일된 안목을 주기 위하여 종합적 신학 강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제서품 전에 종합시험제도가 요청된다. 구체적인 한 예로써 새 교리서를 종합시험의 교재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생활규칙에 있어서는 현재 6개 신학교가 거의 비슷하지만 책임감과 자율성을 높이고 규칙은 가급적 적게 함으로써 성숙된 인간 양성에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즉 지켜야 할 규칙은 철저히 지키게 하고 유명무실한 규칙은 과감히 없애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하겠다.
영성교육에 있어서도 대학입시 때문에 신앙생활을 등한시하며 가정교육의 부족과 사회의 그릇된 사고방식에 물들어 신학교 생활에 준비가 부족한 신입생들을 위한「영성의 해」라는 일종의 수련과정도 필요하고 군 제대 후의 학생들에 대한 영성 수련도 모색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학교 7년 전 과정이「영성의 해」가 되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시화 산업화하는 현대사회의 요청에 따라 본당 중심의 사목, 성직자 중심의 사목, 가부장적인 사목에서 탈피하여 노인 노동자, 장애인 미혼모 마약 중독자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목이며 병원 학교 매스콤 등 여러 가지 특수사목에 헌신할 사제도 양성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사제들이 세계화되고 국제화되는 세계에 대한 안목을 갖게 하고 오늘 한국 교회에 요청되고 있는 동양선교에 대한 기초 지식과 순교 선조들의 후예답게 순교자적인 선교열을 가지도록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평신도들이 어떠한 사제를 요구하는가에 대하여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교육의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그리스도를 닮은 사제를 양성함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룩한 신학생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양성자들이 거룩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양성자들의 끊임없는 자아 쇄신이 요청된다. 지적 교육, 영성교육은 물론 인간교육까지 다 맡아야 할 신학교 교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배전의 희생과 노력을 당부하는 바이다. 신학교는 교회의 심장이며 어떤 사제가 나오느냐에 따라 교회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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