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스 가오루 신부(나가사키 준신대 교수) 사진 주정아 기자
“순교자(Martyr)는 말 그대로 증거하는 사람입니다. 순교자는 그 나라의 문화 안에 복음이 깃들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분들입니다. 아시아교회는 ‘순교’라는 공통점을 통해 하나 되고 복음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1월 25일 방한한 「유스토 다카야마 우콘」의 저자 후루스 가오루 신부(나가사키 준신대학교 교수)는 “순교할 정도로 깊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증거한 사람들의 삶은 오늘날에도 삶을 통해 그리스도를 증거 해야 하는 우리들의 모범”이라고 역설했다.
“일본의 순교사는 신앙의 역사입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왜, 어떻게 순교할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을 담은 역사를 아이들에게, 젊은이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루스 신부는 순교자에 관한 저서를 많이 집필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층을 위한 책이 많다. 젊은 세대에 순교자들의 삶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순교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후루스 신부는 “시마바라본당 주임을 맡으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순교를 슬픔과 고통의 이야기로만 여기고 있어 교회를 ‘슬픈 종교’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이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십자가’를 ‘알렐루야’로 바꿔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후루스 신부는 3년 전에도 한국을 방문해 순교성지를 순례한 적이 있다. 한국교회 신앙선조들의 순교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많은 나라들의 순교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문화를 배경으로 한국인이 받아들인 신앙이 싹을 틔워 순교자를 낳았다는 것은 한국에서 ‘문화적 육화’(Inculturation)가 잘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시대에 복음화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 순교자들의 시대처럼 ‘문화적 육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성찰해봐야 합니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순교자들이 ‘문화적 육화’의 증거라는 것을 더욱 강조했다. 그리스도가 인간의 모습으로 왔듯이, 교회도 각 나라의 문화 안에 그 문화의 모습으로 복음을 전하는 토착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순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 우리 교회 안에서 특별히 아시아교회 안에서 우리가 순교자들처럼 ‘증거’하고 있는지 돌아볼 것을 제안했다.
후루스 신부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 공통적으로 순교의 역사가 있었기에 문화도 언어도 다른 아시아가 순교를 통해 같은 출발점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형이나 참수로 신앙을 증거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점점 세속화되는 세상에서 하느님을 신뢰하고 ‘아빠’라 부를 수 있는 순교의 신앙이 바로 현대 아시아의 순교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