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의 대로를 달리던 내가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나는 명함 대신 수번을 달고 한 평 남짓한 감방 안에서 나의 지난날들을 수없이 반성하고 후회하며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좁은 감방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네모로 조각난 하늘을 바라보며『하느님 내가 왜 이럴까요?』라며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네 인생은 지금부터다』라는 자그마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후 나는 이 소리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반 년을 보냈고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성격은 무척 많이 변하고 있었다.『살아서 뭣 하나, 차라리 죽음으로 속죄하자』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함께 내 인생길을 걸으며 나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자는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나는 유복한 가정의 2대 독자이신 아버지와 철저한 개신교 신자이신 어머니 사이에서 맏이로 태어나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하며 자라났다.
항상 개신교 신앙을 강요하시는 어머니께 천주교의 진리가 올바른 신앙인 것을 강요할 정도로 가톨릭에 귀의해 버린 나를 보고 어머니는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셨다. 그렇게 나는 빨리 신앙에 젖어들었고 2년이 넘도록 성서 공부를 하며 종교방에서 예비자 교리를 배우다가 영세를 하였다.
세례를 받던 그날의 감격은 얼마나 컸는지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영세식이 끝나고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날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으며 내 영혼이 완전히 목욕을 하는 느낌을 받아 때 묻고 찌들어가는 내 영혼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소생하는 것 같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7년여 동안을 종교방에서 생활하며 잠시도 쉼없는 기도와 말씀을 통하여 변화되고 새롭게 태어난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하느님 감사합니다. 주께 영광을』이란 감사의 기도가 눈을 뜨면서부터 자기까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고백성사를 할 때마다 성찰 중에는 마음을 다잡아먹어도 정작 고백소 안에서는 목이 메어 한 마디 말도 잇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저 눈물만이 내 죄를 고백할 뿐이었다.
이러한 신앙의 감격과 회한 속에서 나는「한빛공소」의 회장직을 맡아 2년 동안 봉사했으며 성바오로딸 수도회의 통신성서 신학원에 입학하여 성서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아가는 중 집 가까이로 와야 자주 볼 수 있겠다는 어머니의 청에 못이겨 나에게 많은 사랑을 부어주신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형제 자매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 한 마디를 못나누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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