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최근 도배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거의 10여 년이 넘도록 도배를 하지 않고 살았다. 다행히 집안에 담배를 피는 사람이 없어 그냥 참을 만 했었다. 만약 담배를 피는 사람이 있다면 3~4년 이상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도배를 하고 나니 집안에 있는 가구가 문제다. 도무지 새로 단장한 집에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집엔 소위 가구「셋트」라는 것이 없다. 그때그때 필요와 용도에 따리 장만을 하였으니 말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어느날 가구시장엘 둘러봤다. 넉넉히 한두어시간이면 충분하리란 내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헌 가구와 셋트를 이룰 물건이 없으니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때늦게「셋트」 철학이 생긴 셈이다. 애초에 산 가구와 색이며, 모양, 크기에서 똑같이 짝이 맞는 가구는 없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어색하고 조화가 잘 되지 않는 등 영 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몽땅 새 가구로 바꿀 마음은 애초에 없다. 가구란 못생겨도 닦고 가꾸면 정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전후 세대들의 분석이 심심찮게 대중매체에 소개되고 있다. 특히 결혼생활에 대한 분석은 누구에게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연령이 어릴수록, 결혼생활이 짧을수록 이혼률이 높다는 어느 보고서의 결과는 비록 그 조사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무시하고라도 재음미 해볼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특히 젊은 세대의 숙고하지 않고 짝을 맞춘「셋트」가 쉽게 싫증나고 또 새로운「셋트」를 맞추려고 하지만 자신의 변화없이, 꼭 맞는 새「셋트」가 없지 않을까 하는 교훈을 받은 것이다. 애초에 짝 맞춘 그「셋트」만큼 꼭 맞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신지도 모른다. 다만 인간이 할 일은 마치 집과 사람은 가꾸기 나름이라는 것처럼 서로서로 가꾸고 치장을 하면 상호 빛나는 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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