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에 참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계단을 올라오다 보니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부엌에 서 계신 엄마의 모습. 나는『엄마, 다녀왔습니다』하며 손을 흔들었고 엄마는 어딘가 그늘진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
웬일이실까? 집안에 들어서니 부엌에 여러 가지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짙은 향내. 아! 오늘이…. 그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엄마의 눈은 젖어 있었다. 나에게 숨기기 위해 눈을 마주치지 않을려고 노력하셨지만 나는 엄마의 눈이 젖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실까?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언제나 남겨진 사람만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조금은 차가워진 나도 오늘 만큼은 우울하다.
나에게서 없어진 한 가지. 하지만 이젠 그 한 가지가 모자라다고 슬퍼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 모자라는 것을 채워주시는 분이 계시기 때문에. 나는 다른(나의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강해 보이려고 노력한다.
어설픈 몸짓으로 말 한 마디로 그리고 명랑해지려고, 안 되면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한다.
누구에게든 지기 싫어하고 기대기 싫어하는 고집불통인 성격 탓에 이런 모순된 모습에 나 자신도 지칠 때가 있다.
내가 신자가 아니었을 때 나는 언제나 나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왜 불행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늘 불평만 했다.
천주교 신자가 된 지 일 년하고 석 달. 난 무엇이 나아졌는지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모순된 모습. 나 중심적인 생각과 행동, 하지만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난 불행하지 않다는 것과 나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성당에서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신앙심을 더욱 굳게 하려는 것이다.
나에겐 큰 바람이 있다. 그것은 항상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언제나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에겐 무척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꼭 오리라 믿는다.
내가 불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그때쯤엔 그 높으신 분을 만날 수 있겠지.
그리고 나의 진실된 모습을 부끄럼 없이 드러낼 수 있고 엄마의 십 년된 눈물을 이해할 수 있겠지. 그때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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