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신념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자살 충동과 옛날의 그 환상은 더더욱 짙어만 갔습니다. 죽음에 대한 신비성과 아름다움에 끌리기 시작했으며 전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잔인한 생각을 머릿속 가득 떠올렸으며 정말 어느 땐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고까지 했습니다.
그 충동과 생각은 저를 너무나 무기력하고 집중력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배우던 컴퓨터마저 병행할 수 없었으며 그나마 저의 생활에 안정을 찾아주던 성가대 활동마저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전 성사를 보기로 맘을 먹었고 7일 간격을 두고 성사시간을 잡았고 성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전 기도와 성찰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성사를 보기로 한 날 새벽 전 한 시간 가량 성모님 앞에 꿇어앉아 두 손을 내밀고 기도했습니다.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는데 내민 저의 두 손 위에 무언가 두툼한 것이 올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전 손을 오무려 보았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고 저의 손 위에 그 느낌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전 갑자기 마음이 환해짐을 느꼈고 기쁜 맘으로 새벽미사를 참석한 후 성사를 볼 수 있었고 신부님께선 길고 긴 저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사랑의 행위를 저에게 권고하셨고 애덕의 실천을 7번 하라는 힘든 보속을 주셨습니다.
전 저의 고통과 사랑의 실천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의심하면서도 사랑의 실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홍 신부께서는 환상을 지우기 위해 기도서를 보며 미사 참례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환상은 조금씩 사라져갔습니다. 또 사랑의 실천을 위한 저의 노력 또한 그 고통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기도에 안주하기보다는 기도와 생활이 연결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생활로 연결되지 않는 기도는 쓰잘 데 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서야 홍 신부님께서 왜 사랑의 행위를 저에게 권고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젠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모든 것이 차츰 좋아지고 있습니다. 저의 상처ㆍ고난ㆍ모든 시련과 많은 눈물을 통해 전 겸손을 배웠으며 사랑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고 주님의 섭리와 사랑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밤 전 또다시 무릎을 꿇습니다.『주님!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시나이까…』
지금까지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는 경북 달성군 화원교도소 조태제씨의「내가 만난 예수」가 연재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