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탄성을 지르며 꽃이라 불렀던 포옹은
허기진 마음에 비친 나비무늬 여린 빛살이었나
우리들이 맛보았던 애기 손톱의 분홍빛 떨림도
얽매였던 사슬에 주어진 유예의 순간이었나
들뜬 마음으로 달려갔던 한 길에서
무심코 마주친 멈춤 표지에
또 한 번 주저앉아 멍든 가슴 안고 밤새 뒤척인다
그래도 다음날
무거운 눈까풀 사이로 스미는 한 가닥 햇살은
가슴 안 숨 죽인 풀잎의 똑딱임을 노래하니
우리들 어둠 저편에
영원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의 따뜻함을 알고 있음인가
아침 거울에
부석한 얼굴 두드리며
되내이는 풀잎의 다짐은
마음 샛길 걸어가 작은 이슬 따는 일
그러다 꽃으로 태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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