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낙방 후 방황하던 저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시작했고 성가대에도 입단을 하여 정상적인 생활과 명랑한 성격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겐 또 다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머릿속엔 죽음에의 동경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죽어보았음, 그래 보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너무나 평온한 가운데 오는 충동이라 저 자신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 충동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전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고 저를 무기력하고 게으르게 만들었으며 삶을 다시금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전 그것이 왜 일어나는지 몰랐고 아무런 문제 없는 저의 생활 속에서 두려움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김 신부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본당 일로 너무나 바쁘셔서 새로 오신 홍 신부님께 도움을 청했고 홍 신부님께서 주신 장기수분들의 이야기가 쓰여진「완전한 만남」이라는 책을 읽으며 신념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고 죽음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신념이 없기에 이 고통을 저버리지 못하고 죽음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라 생각했고 신념이 없기에 이러한 고통이 더 힘에 겨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신념을 잃어버린 때가 언제였던지….
전 어렸을 적 국민학교 시절 결심한 수도자의 길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고 한시도 흔들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성소가 이미 내려져 있다고 굳게 믿었으며 한 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저에게 수도자의 길이 주어진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수도자의 길을 가겠다고 신부님과 수녀님들께 이야기를 드렸을 때 모두들 한결같이 성소가 내리길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전 그때 제가 수도자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성소의 내리심이 아니라 단지 수도자의 길이 빛나 보여서였는가 아니면 하나의 피신처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 수녀님 그분들도 모두 처음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셨을 것이고 그것이 성소라 믿으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수도자의 길을 걷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무언가 살아갈 것을 배우라』던 어느 수녀님의 말씀은『넌 될 수 없으니 딴 길을 찾아보라』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고 여태껏 그 길만이 저의 길이라고 믿어온 저에게 그 말씀은 모든 것을 허물어뜨리기에 알맞은 말이었습니다.
전 항시 수녀님들을 뵐 때마다 심한 부러움과 질투심에 휩싸였고 전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수도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마음 먹었으며 정말 어떨 땐 전 그 길만을 위해서 태어났고 그런 큰 사고들 속에서도 살아난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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