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여러 가지 위기의식 속에서 산다고 한다. 위기의식은 예기하였던 또는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서 개인이나 집단으로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은 오랫동안 주변상황 때문에 전쟁 위기의식이 남 다르게 높은 것 같다.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전쟁 위기의식 속에서 일부 가정이 물건 사재기가 있었다는 소식을 어느 모임에서 뒤늦게 듣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사람에 따라 위기감이 발생할 때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도전적으로 사재기뿐만 아니라 용의주도한 생존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그냥 주저앉는 기분으로 아무런 대처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작은 상황에서도 건설적으로 잘 대처하는 습관이 길러져야 절박한 위기시 부정적 위기의식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육신의 안녕을 위한 대처방법이 물건 사재기로 나타나듯이 영혼의 안녕을 위한 대처방법은 어떨까? 얼마 전 있었던 종말론 신봉자의 행태가 일반에게 소개되었지만 아마도 영적 위기감이 생기면 영적 물건(?) 사재기가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부족한 기도를 갑자기 열심히 하겠고 고해소도 들러 갈 것이고 실천하지 않던 십일조도 앞장 설 것이고 신부님, 수도자에게 달려가서 열심히 천당가는 법을 과외 공부할 것이다. 위기 때가 되어야 우리 신앙의 잣대가 정확하게 재어질 것 같다.
우리 선조는 남달리 영적 위기나 육신의 위기를 너무도 훌륭히 대처했기에 오늘의 우리가 후손으로서 그 영광을 대신 누리고 있지 않나! 말이 그렇지『네 목을 천주대전에 놓을 수 있겠느냐?」할 때『네』하고 우리 조상이 용감히 치명하듯이 현대에 사는 우리도 대답할 수 있을까? 임종을 맞이하는 태도도 같은 맥으로 나타난다. 죽음 순간『주여 당신 뜻대로 이루시되 허물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하는 사람,『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너무합니다』『제발 살려 주십시요』라고 비난과 원망뿐인 사람 등이 있다. 임종은 틀림없는 위기상황이다. 어느 때고 닥쳐오리라는 예기 속에서 평소 잘 준비하고 대처하여 어쩌면 사재기가 소용없는 것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임을 알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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