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 수녀님
무릎 꿇어 사죄드리옵니다.
잠드신 그 모습에
슬픔보다는 감격이 앞섰기로
불경한 이 마음
천벌인들 어찌 무정타 하오리까.
하오나,
잠든 모습 그윽히
한 송이 백합화가 피어난 걸 어찌 하오리까!
하얀 침대 위에 온 몸을 드리우고
사뿐히 감싸올려 가만히 덮어내린
백옥의 수도복
감은 눈 고요히 미소 머금은 얼굴에
곱게 접어 씌운 하얀 수녀모
다소곳이 두 손 모아 베게 베고 잠드시니
꽃이로다, 꽃이로다.
한 송이 백합꽃이로다!
죽음의 빛깔이 저다지도 고울지면
기쁨스레 죽어 봄직도 한 아름다움이여!
『주여 이 잔을 저에게서 멀리 하소서!』
구원의 주 예수님께서도
죽음의 슬픔을 이렇게 호소하였거늘
아름다운 삼십대여
아름다운 성심이여
아름다운 자태여
차라리
한 편의 시를 노래하고픈 아름다움이여!
그 슬픔, 그 외로움
어찌 다 감당하셨나이까
암이라는 마귀의 고통
어떻게 인내하셨나이까
무슨 말로 기도하셨나이까
어떻게 통곡하셨나이까
그대 대신으로
원망을 드리오리다
비정의 주님께!
『그러나,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
이 한 마디로써 영생을 얻으신 이여
죽음을 이기신 아름다움이여
피어나리라, 피어나리라
한 송이 백합화로 다시 피어나리라
내 감히 천국의 꽃이라 일컬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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