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토요일 한국 대표 팀의 동점골은 핵문제를 비롯、전쟁 위기설 등으로 어수선하기 만한 사람들의 마음을 일단 하나로 잡아주었다. 이날의 감격은 30도의 폭염 속에 어둡고 답답하기만 하던 이 땅에 시원한 한 줄기 소나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어떤 이들은 현재 한국의 상황하에서 월드컵이 다 무엇인가 질타하기도 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만일 달라스의 낭보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더위에 지치고 전쟁이라는 긴장감에 짓눌려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지도 모르는 암울한 상황 속을 아직도 헤메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비겨도 이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대 스페인전의 결과는 어쩌면 일촉직발의 위기감에서 국민들을 탈출시켜준 수훈갑인지도 모른다.
이번 스페인선의 수훈갑은 골을 성공시킨 당사자지만 그 골이 있기까지 상황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협조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6분 간의 기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이번 상황도 역시 골인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공동 작품으로 보아야만 한다. 선수 간의 호흡과 정신력의 일치、신뢰감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낸 완벽한 조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본선의 첫 경기 대 스페인전에서 우리는 한국 팀의 엄청난 변화를 눈으로 목격했다. 기동력과 개인기、체력 등 모든 면에서 상향 조정된 한국 팀의 전력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팀원」이었다. 섣부른 개인기를 남발하면서 쓸데없이 공을 가지고 지체하던 고질병도 상당히 치유가 된 듯하고 아직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팀원을 중시하는 경기 운영이 참으로 돋보였다.
11명이라는 공통체가 함께 하는 축구는 팀원이 생명이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축구는 바로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44번째로 맞는 6ㆍ25、그리고 또다시 맞는「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팀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평화와 통일은 우리 모두가 다함께、더불어 이루어나가야 하는 우리 민족 모두의 소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팀원 차원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때문에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내 스스로가 중요한 협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한국 교회가 추진해온 북한선교를 위한 준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북한선교는「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로 받아들여져왔음도 사실이었다. 남의 일은 곧 강 건너 불을 의미한다. 강 건너 불은 발등의 불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평화와 통일이 남의 일이 될 수 있는가. 북한선교가 어찌 강 건너 불이 될 수 있는가. 또다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 신자 모두가 민족의 화해를 위해 평화통일을 위해 한 사람의 협조자가 될 것을 다짐해보자. 평화、포기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