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두운 밤이라 하지만
나는 이 밤에 속하지 않고
나는 이 어두움에 굴하지 않습니다
어둠침침한 골방 구석에서
문풍지만 울어도 꺼질듯이 흔들거리는 불꽃이어도
짙게 덮쳐오는 이 어두움을 밀치며
한 치쯤은 빛 밝히는 등불로 서 있습니다
믿음의 밑심지 짧아
불꽃 희미하게 가물거리면
은총의 기름 가득히 부어주시는
자상한 손길이 내게 있습니다
때 맞추어
윗심지도 알맞게 돋구어 주시고
끄으름만 잔뜩 피우는
딱딱하게 굳어진 교만의 덩어리를 털어주시며
새롭고 밝은 빛으로 환히 키워주시는
자상한 손길이 내게 있습니다
나 혼자서는
스스로 불 밝힐 수 없는 등잔입니다
혹시나
불 꺼진 등잔이 된다 하여도
나는 이 밤에 예속되지 않고
나는 이 어둠에 굴복하지 않고
쉬임없이 기다릴 것입니다
님의 자상한 손길로
내게 다시 불씨 당겨주실 그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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