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올해 우리 밀을 드디어 베기 시작하였다. 주일 오후 교우들과 함께 밀밭에서 신나게 밀을 베면서 밀사리를 한 번 해 먹어 보았다. 쫄깃쫄깃하면서 맛이 얼마나 고소하던지. 이른바 무공해 자연식품이다. 무엇보다도 추억, 땅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향수, 순수했던 동심이 다시 살아났다.
우리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밀알을 꼭꼭 씹으면 껌이 되고 그리고 빨간 크레용을 같이 넣어 씹으면 빨간 껌이 되지 않던가! 동생도 나도 서로 번갈아 씹고 초가집의 외할머니의 밀가루 반죽, 애호박에다가 갈무리 감자 숭숭 썰어 펄펄 끓는 물에 밀가루 반죽 손으로 뚝뚝 떼어 넣으면 그 기막힌 고향의 맛과 할매의 손에서 나오는 기, 나는 아직도 그때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외할머니가 밀주를 담으시다가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조사 당하던 일, 추억하면 모든 것이 그립고 보고 싶고 다시 우리의 동심을 키워주던 보리피리를 불던 곳으로 가고 싶다.
새 것만을 찾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그리워하지 않는 듯하다. 사라진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쉽게 잊어버리고 아파하지도 않는 것 같다. 추억 상실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의 삶은 외롭고 춥고 늘 처절해 한다. 소쩍새 소리와 밀 이삭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운동본부에서는 지금 우리 밀 식당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 우리밀살리기운동 동부협의회에서도 우리 밀 녹색식당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반가운 일이다. 우리 모두 팍팍 밀어주자. 우리 밀이 살아나면 수입 밀이 물러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은 사업을 통하여 확대되고, 사업은 운동을 통하여 그 도덕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살면서 자본주의를 능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모두들 돈 때문에 이 야단인데 우리 밀식당은 자본주의를 능가하는 경영 방식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공의 가치를 창조하는 우리 밀 식당이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운동과 사업,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익과 분배 등에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대안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로운 식문화를 개척하는 생명식당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참하고 멋있는 작품을 기다린다. 그래도 올해 우리 밀 농사가 잘된 것은 우리국민들의 소망을 심었기 때문이 아닌가? 북한 동포들에게도 좀 보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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