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논의된 성직자 갑근세 납부가 수원교구를 필두로 드디어 시작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성직자 갑근세 납부문제는 수 년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거론되어오다가 지난해 공론화되었고 지난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에서 교구별로 실시하기로 결론난 후 수원교구가 지난 5월분 소득세를 6월 10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함으로써 실현된 것이다.
이번에 시행된 성직자 갑근세 납부는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군 공무원 신분인 군종신부를 비롯 교회재단 학교ㆍ병원 등 법인 사업장에 종사하는 상당수의「특수사목」사제들이 그에 부합하는 납세를 하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수원교구가 납부한 성직자 갑근세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교구청 근무 사제와 본당 주임 및 보좌 신부들을 대상으로 확대、교구 소속 모든 성직자들이 세금을 납부하게 된 것이다.
성직자 갑근세 납부는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발성을 띤 것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성직자 갑근세 납부문제가 주교회의에서 공론화 될 기미가 보이자마자 일반 언론에서 크게 관심을 보였었다.
이 자발성이 추구하는 목적은 교회와 성직자의 투명성 부각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목적에서 성직자 납세 결의는 교회 내외에서 크게 박수를 받아왔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수원교구 성직자들이 납부한 세금 액수와 이달부터 납세할 서울대교구 성직자들의 납세 예상 금액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웬지 허전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큰 박수와 함께 가졌던 기대감 때문인지 공포탄을 보는 그러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일반 근로 소득자의 그것과 비교하여 볼 때 행여 생색내는 겉치레로 보여지지는 않을런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물론 최선을 다한 결과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기왕에 자발성을 띤 것이라면 앞으로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납세점을 올리는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었으면 한다.
성직자 납세문제와 연계하여 일부 교구에서 시행하고 있는「미사 예물 공유화」가 전국 각 교구에서 실시되었으면 좋겠다. 미사 예물 공유화는 교령「거룩한 미사 지향」과 한국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거룩한 미사 지향」의 정신이기도 하다.
성직자 납세가 교회와 성직자의 투명성을 교회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면 미사 예물 공유화는 교회 안에서 성직자의 투명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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