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주일날 아빠 친구분들 가족과 야유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전 성당에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군다나 주일이었기에 성당에 가야 한다고 떼를 썼으나 이미 약속된 일이라 꼭 가야 한다는 엄마 말씀에 전 불만을 안고 작약도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섬에 도착했을 땐 전 성당 걱정 따윈 잊고 신이 나 뛰어다니며 놀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남자 아이들을 따라 조그만 산에 오르기 시작했고 좀 험했지만 오기로 정상에 올라 절벽 끝에 서서 자랑하고픈 맘으로 엄마를 부르는 순간 누군가에 밀려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아무도 손을 쓸 수 있었던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머리에 묶인 방울들은 모두 산산히 깨지고 전 기절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깨어났고 이마에 약간 긁힌 자국이 있을 뿐 말짱했답니다.
그날은 바로 성신 강림 대축일이었습니다.
한 번은 학원을 가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다 미처 신호등을 못 보고 급정거한 트럭에 치었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운전기사 아저씨의 성화에 못 이겨 병원에 가서 X-레이를 찍어본 결과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주님과 성모님께선 역시 저를 어디에서나 언제나 저를 지켜봐 주시고 보살펴주시고 계셨습니다.
6학년이 되어서 전 저의 상처로 인해 많은 놀림을 받았고 울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여태껏 저의 상처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사랑을 받고 자라온 저에겐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잘 해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과 주님의 돌보심으로 그 놀림은 오래 가지 않았으며 졸업식 땐 좋은 마음으로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중 1 때가 되었을 때 저에게 아니 저희 가족에게 너무나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그냥 내키실 때만 성당을 찾으셨던 아빠가 세례를 받으신 것입니다. 여태껏 비신자로 계시던 아빠를 주님께선 사랑해 주셔서 당신 아들로 불러주신 것이었습니다. 전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으며 영원히 저희 아빠를 지켜주십사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중 중 3학년이 되면서 그렇게 따르고 저에게 힘이 되어 주시던 신부님께서 가셨고 전 많이 울었습니다. 처음으로 이별이란 가슴 아픔과 서운함을 체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얌전하기만 했던 저의 성격은 활발하고 명랑하던 짝의 성격을 닮아가기 시작했으며 짝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저의 생활과 성격은 1백80도로 변해 버렸습니다. 12명의 친구들과 함께 몰려 다니며 말썽을 피우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못된 짓을 저지르고 다니며 전 이름 그대로 탕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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