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 그때도 지금처럼 세상은 온통 푸르름으로 믈들어가고 있었지요. 대학을 갓 졸업한 초년생의 꿈과 희망은 실록보다도 더 짙푸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무할 학교 교장 선생님을 뵙고 오던 날, 지하도로 굴러떨어지는 사고로 전신마비라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어가야 했습니다.
어쨌든 역겹기만 한 휠체어에 내 엉덩이를 맡길 수가 없었고 죽음만을 애타게 갈망할 뿐이었습니다.
새빨간 능금의 아름다움이 가슴 속에 머물던 어느 가을날 주님도 함께 머무셨습니다. 휠체어 탄 사람이 나 자신임을 알게 되니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고 그 평화는 얼마간 육신의 치유라는 부산물을 주었습니다.
지금 저는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학생들의 과외공부를 지도하며 글도 쓰면서 자립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늘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홀로 있다 보니 가끔은「힘들다」「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다치기 전 결혼 먼저 하는 것인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답니다. 또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큰 문제이구요.
며칠 있으면 서른네 번째 생일입니다. 저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시는 분께 서른네 송이 장미 꽃다발 부탁드려 봅니다.
구회·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 고강아파트 1-111, 전화032-675-7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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