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녀원의 서원식에 다녀왔다. 세속의 옷을 입고 가느다란 믿음의 불을 지피며 찾아간 나의 용기가 내 힘만이 아님을 느낀다.
백합송이보다 더 청순한 야훼의 따님들이 주님앞에 서있는 얼굴 빛은 보석이나 장식하지 않아도 내면의 빛을 발하여 아름다웠다. 촛불을 켜들고 조용히 걸어 오시면서 곱게 내려뜬 침묵의 눈과 그리고 잔잔히 행복감으로 흐르는 얼굴은 너무 맑고 깨끗해보였다.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어 버린 나는 마치 하늘나라에서 예쁜 선녀들이 흰구름을 타고 이곳에 살짝 내린듯한 환사에 젖었다. 수녀님의 얼굴에서 예수님을 본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보다 많은 자기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소유의 역사같은데 수도자들은 자신마저 깡그리 버리고 오로지 철두철미한 믿음의 삶에、슬프도록 순결한 희생의 모습에 알지 못할 눈물이 맺혔다.
서원식때 수녀님 모습은 그동안 내적연마(성서와 묵상)로 내면적 향기가 축적되어 성스런 모습으로 표출된 그것이었다. 성서의 묵상은 세상의 오염된 정신적인 때를 씻어주는 세탁기이며 죄악을 미리 저지시켜주는 예방주사 같은 것이다. 묵상을 통해서 우리 안에 고여있는 말씀을 비로소 들을 수 있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미처 편집되지 않은 성서와 같다. 서원식때 비춰진 수녀님의 여러 모습들은 때때로 혼탁한 영혼의 오염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마음의 자료로 기억히고 싶다. 수녀님의 제목에서 풍기는 진리와 기쁨과 사랑을 내가 아마 다 받지 않았나 느낀다.
성모님의 은총이 수녀님을 통해서 내게 내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화려한 축복속에 내 신앙을 꽃피워 보리라. 언제나 우리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 주신 수녀님에게 감사의 축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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