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우리가 즐겨 부르던 노래중에「반달」이라는 노래가 있다. 기분 전환하는 셈치고 동심으로 돌아가 한번 불러보는것도 괜찮으리라 생각된다.「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이 아름다운 노래를 지으신 분이나 노래를 부르면서 동심의 신선함을 호흡해 보는 독자들의 마음에야 나도 다를바 없지만 그래도 어쩌다 들어버린 엉뚱한 생각이 지워지지를 않는다. 아니 글쎄 돛대도 안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는 어디로 잘간단 말인가. 지가 하얀 쪽배면 하얀쪽배지 뭐 용가리 통뼈라도 된단말인가?
사제생활을 하는 가운데 신자들과 접하면서 이 엉뚱한 의심이 참으로 얕은 내 생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거 참 돛대 안달고도 삿대 없이도 가기도 잘도 갈 수 있는 거로구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확인을 하게된 것이다. 어느 본당이고 마찬가지지만 주일미사에 참례하러오는 신자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노라면 우리 신앙의 현주소를 잘 알수있다.
우선 성가책이나 기도서라도 달랑 끼고오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고 신부가 한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없이 보무도 당당하게 맨손으로 입장하는 가진것 없어 불쌍한 그「야훼의 가난한 사람들(?)」의 행렬은 어찌된 것인지…그 세칭 바보들의 대행진(?)의 뒤를 이어 느즈막히 그러나 동작만은 날렵하게 등장하는 이른바 상습적 말씀 기피자들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누가 성서를 무겁고 귀찮다 했는가! 글쎄 뚱뚱한 몸으로 먹을 것이 가득찬 베낭을 짊어지고 땀을 뻘뻘흘리며 산을 오르는 사람중에도 성서가 무겁고 귀찮아서 안들고 다닌다고 우기는 우리 신자들도 있기는 있을 테니까. 여행시즌이나 바캉스 철이되면 우리 신자 가정들의 여행가방을 한번 들춰보고 싶은 호기심이있다. 언젠가 어느 신자들과의 여행때 느낀것 때문이다. 그때 나는 놀러가는 것이지만 하루에 한번쯤은 다함께 모여서 성서를 읽고 기도할테니까 성서와 기도서를 꼭 챙기라고 일러주었다. 그런데 짐을 다챙기고난 어떤 부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었다.『신부님、필요한 것을 다챙기고 없는데 어떡하죠?』놀러가는데까지 고리타분하게(?)두꺼운 성서를 꼭 들고갈 필요가 있느냐는 약간은 불평섞인 말투였다. 아、누가 성서를 이렇게 푸대접하게 만들었는가!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애써 시치미를 뚝떼고『짐을 잘 못싸시는군요. 가장 중요한 것부터 먼저 챙기셔야지요』내 말뜻을 알아 들었는지 얼굴이 새빨개진 그 부인의 순수함이 오히려 고마왔다.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말씀으로 새로 태어나고도 부끄러운줄 모르는 너무도 뻔뻔한 신자들도 많이 있기에…며칠전에「성서가 현대인에게 주는 의미」라는 주제로 월례강좌를 맡아 모본당에 간일이 있었다.
한두번 속은 것이 아니기때문에 큰 실망은 안했지만 넓은 강당은 텅비어 있었다. 물론 강사의 유명도나 주최측의 진행과 홍보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다시 확인한 신자들의 성서에 대한 무의식、무관심、무감동이었다. 아、누가 성서를 생명의 말씀이요 신앙의 원천이라 했는가!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잘도 가는 하얀쪽배처럼 성서도 아니 읽고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고도 신앙생활을 잘들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고도 잘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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