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까!
9월을 찬미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있는가 하면 봄을 노래한 브라우닝의 시도 귀에 익었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지난 가을부터의 오늘은 기나긴 침묵의 연속이었고 심연의 구덩이였으며 배겨낼 수 없는 시련기였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인간이 극복해낼 수 없는 시련을 주시지는 않으시며 또 극복해 낼수 있는 길을 주신다고 하셨듯이(Ⅱ고린토, 10장13절) 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베로니까! 보이지 않는 벽을 향한 울부짖음과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문 앞에서 난 슬픔과 분노를 느꼈으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해 내었다.
베로니까.
죽음을 생각해본적이 있니? 종이 한장 넘길수 없을 만큼의 악화된 정신적 병자가 되어 누워있을때 너무도 가까이 보았던 죽음이었지만 항상 남의 일처럼만 생각되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나를 침식해왔고 난 기꺼이 맞을 채비를 하였다.
베로니까!
11월에 불란서로 떠난다고? 결혼과 학문의 문턱에서 서성이던 너의 일렁이는 눈길을 어제 본 듯 싶은데 묵주를 손에서 놓지않던 너의 신중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베로니까! 나라는 존재, 허약하고 나약한 인간의 실체에 대해 한없이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이미 지금의 나 이외는 누가 무엇이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난 삶에 대한 의미를 상실해버렸고 어떠한 미련도 없이 죽음을 택하겠다고 나선거지.
베로니까! 무엇을 발견했을 때의 벅찬 기쁨과 환희. 하지만 소유할수도 잡히지도 않는 허상, 결코 내것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서러운 아픔. 처음의 기쁨이 컸다면 그에 대한 처절함이란…
베로니까!
항상 믿음을 가지고 주님안에서 생활하는 너의 사랑스런 모습이 보고싶다.
보고싶어 연락 할때는 언제고 올라오겠다고 했지. 하지만 혼돈된 상태의 멍청한 눈길로 너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내 사랑하는 베로니까. 밤이 몹시 깊었다. 5월의 산뜻하고 목가적인 봄바람이 내게는 춥게만 느껴진다. 내 베로니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우리를 불러주신 이가 아니더냐? 언젠가부터 우린 이미 아모스시대에 살고 있지만 마지막날 구원받기위한 선함 보담은 정신적인 시련을 통해 살아있는 믿음과 실천을 통해 그분께 가까이가자. 베로니까! 너무 늦었다.
사랑이란 단어는 언제 어느때고 어느장소에서나 어울리는 참 좋은 훌륭한 낱말이지. 안녕!
나의 사랑스런 베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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