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보는 가톨릭계 병원의 원목활동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보도한바 있다. 전국병원사목 세미나에서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산하 25개의 병원 중 원목신부가 활동하는 병원은 12개소에 불과하며 이중 7개소가 외국인 신부에 의해 원목활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이번 세미나에서는 부진한 교회병원사목을 중시하면서 교회의 보다 많은 관심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계 병원들이 원목활동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는 다소 심각하고 염려스럽게 생각된다. 왜냐하면 가톨릭교회가 병고에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건강을 회복시켜주고 나아가 그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병원들은 다른 어느 곳에 비교가 안될 만큼 포교의 황금어장인 동시에 삶과 죽음이란 생의 근본문제를 가장 깊숙이 다룰수 있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곧 영생(永生) 과 구원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취급할 수 있는 포교의 장(場) 이 바로 병원들이라는 점이다.
이런면에서 볼 때 가톨릭계 병원들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하고 또 최우선의 중점을 둬야할 것은 원목활동이다. 좀더 강조한다면 원목활동이 없는 병원은 가톨릭교회 병원으로 간주하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물론 보도상에 나타난 25개 병원중 12개병원이 전담신부를 두고 원목활동을 전개하고있는 반면 나머지 13개병원은 원목활동이 전무한 것인지、아니면 어떤 다른 형태로 보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명백히 밝혀둘 것은 가톨릭계 병원의 설립목적이 적극적인 포교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의의도 가치도 없다는 사실이다.
가톨릭계 병원에서 원목활동을 이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임상사목과「호스피스」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임상사목이란 성직ㆍ수도자가 의료팀의 일원으로서 직접 환자치료에 참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환자를 전인치료(全人治療) 하는데 있어 의사ㆍ간호원ㆍ사회사업가ㆍ심리요법가 등과 함께 성직ㆍ수도자가 의료팀의 한사람으로서 가담하는 것이다. 현재에 들어와서 특히 교회병원들에서 시도되고 있는 전인치료는 현대병원들이 고도로 세분화되고 복잡한 상황에서 환자의 질병부위만을 치료하지 않고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정신、정서 및 영혼의 질병을 함께 치료하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함께 심리적 불안과 공포、소외감 등을 갖기 마련이며 질병의 경중(輕重)에 따라 죽음의 문제까지도 두려워함으로써 극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환자의 치료는 질병부위만의 치료로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심리ㆍ정신ㆍ영혼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루지않으면 안된다. 바로 여기에 원목전담 성직ㆍ수도자가 치료팀의 일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것이다.
바로 성직ㆍ수도자가 치료팀의 일원으로 임상사목을 맡기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함은 물론이다. 성직ㆍ수도자라고 누구나다 적합한 원목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와 그 가족이 안고있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를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정확히 제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임종하는 환자들에게 성사를 집전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직자가 의료팀의 일원으로 직접 참여하지 않고는 원목활동 본래의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호스피스」활동은 흔히 선종봉사(善終奉仕) 라고 표현되는데 임종을 앞둔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가 평화로운 가운데 임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목활동이라고 볼수있다. 이 호스피스 활동 역시 팀을 이루어 전개하는 것으로서 평신도 자원봉사자들을 유효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가톨릭계 병원들이 나아가야 할 원목활동의 방향을 검토해 보았다.
가톨릭계 병원이라면 원목활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할리는 없다.
뭣보다 원목활동을 펴기위한 전문가의 양성이 최대 과제일 것이다. 여기에는 재정적 뒷받침은 물론 어느 정도의 시간도 걸려야한다. 따라서 원목전담자의 양성은 병원운영을 맡고있는 교구나 수도단체는 물론、병원이 광범한 포교의 영역이라는 측면에서 전체교회의 관심과 협력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1984년말 현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톨릭교회 의료기관이 점유하고 있는 전국병ㆍ의원의 병상(病床) 수는 11%를 상회하는것으로 나타나있다.
이 수치를 보더라도 연간 얼마나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가톨릭계 병ㆍ의원을 드나들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원목활동이 얼마나 시급한가도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더나아가 우리교회의 원목활동은 가톨릭계 병ㆍ의원에만 국한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가톨릭계 의료기관이외 모든 국ㆍ공ㆍ사립 의료기관에 원목활동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몇번씩 필수적으로 의료기관을 찾게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또 그곳은 복음을 전하고 그복음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는「포교의 청색지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대책을 신속히 수립해야 할것이다.
교회내 병원들의 원활한 원목활동은 물론 교회밖 의료기관들에 대한 원목대책을 교회당국에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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