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벌써 마지막 회가 되었나? 아니지、그동안 혹시 너무 지루해서 필자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던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니까 휴、이제야 끝났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는 흔한 표현이 필자나 열심히 읽어 준 독자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
열번째의 글을 쓰는 마음이 웬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마지막이 좋아야 할 것 같아 뭔가 남을 위대한(?) 글을 쓰고 싶은 인위성과 더이상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이 지면을 통해서는 이제 전달할수 없다는 일회성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일까? 항상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이고 싶은 자신의 소망에 모순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러한 모순마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순수하고 자연연스럽고 싶은 소망에 집착하여 굳어버리면 그 자체가 이미 부자연스럽고 비인간적이 되어 버릴수도 있으니까.
독자들도부터 가끔『왜 주로 전에 있었던 일만 쓰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쓰지않는가』고 질문을 받곤한다. 글쎄、솔직이 말한다면 그 하나는 지난 4년동안의 체험이 나름대로는 양적、질적으로 너무 진했었고、또 하나는 주어진 현재의 상황과 환경을 어느 한담에서 이미 썼던 것처럼 아직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글이 너무 쉽게씌어지는 것을 한탄했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마음속에 순수한 사랑과 진실이 자리하고 있지 못할때 글은 아름답고 곱게 써지지 못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래도마지막 남기는 한마디를 쉽게 써지지않던 주제로 쓸 수 있도록 해주신 J에게 감사、또 감사할뿐이다. 우리 금촌성당에 처음 놀러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디씩 한다.
무슨 시골성당이 이렇게 지저분하고 구석진곳에 있느냐고 말이다. 아마도 전원속의 그림 같은 풍경이나 시골냄새 물씬나는 그런 곳을 연상하고 기대하며 왔음이 틀림없겠지. 나도 처음에는 마찬가지 였으니까…얼마가 지나서까지 지나다닐 적마다 불쾌함과 언짢은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부임하고나서 얼마동안은 모든 것이 다 이렇게 못마땅하고 비위에 거슬리고 한심스럽게만 느껴졌던 것같다. 독자들은 언젠가 필자가 J에게 늘어놓은 푸념을 기억하겠지만.
사실 일은 주어진 책임과 사명에 대한 본인의 의지 그리고 해내고 싶은 오기에 찬 자존심으로도 충분히 할수있는 것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다듬어왔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 했던가? 어느날 붉은 노을아래 무심코 당장에 기대어 시커먼 도랑물과 그것을 끼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집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갑자기 짜릿한 전율과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에덴동산이 따로있는 것이 아니며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별거드냐! 하여간 언제부턴가 모든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줍고 자신감이 없이 아쉽던 아이들의 눈망울과 천진함이 아름다운 것이었고 말과 행동이 세련되지못했던 사람들의 투박함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서울의 아이들처럼 환경과 조건이 좋지못해 얼마든지 훌륭하게 자랄 소양이 있는 아이들이 받는 불리함과 억울함 때문에 나라도 힘껏 사랑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일요한담을 마치면서 지금까지 애독해주신 분들과 함께 역시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 젖어보고 싶다.
『~모두가 사랑이에요. 마음이 넓어지고 예뻐질것 같아요. 이것이 행복이란 걸 나는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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