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사제관 나들이가 여러 본당으로 확산될 조짐이라고 한다. 서울 반포본당이 시작한 주임신부와 신자들의 사제관 조찬회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점차 그 반향의 폭이 커질 전망이다. 사실 말이 그렇지 거의 모든 본당이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본당 신부와 신자들이 함께 아침식사를 나누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서울대교구의 상황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올해를 신자들의「사제관 방문의 해」로 선포한 반포본당은 현재 3천 세대를 헤아리는 서울의 대표적 본당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신자들이 주임 신부님을 가까운 자리에서 모두 한 번씩 대면한다는 사실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구역 반별로 구성된 사제관 방문팀은 올해 말이면 모두 한 번씩 사제관 초대에 참가할 수가 있다고 한다.
반포본당 신자들의 사제관 방문은 간단하지만 조촐한 아침식사를 곁들인다는 데 보다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칫 형식처럼 이어질 수 있는 만남의 자리를 대화가 있는 자리로 이끌어냄으로써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제관 깊숙한 식당에서 주임신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따뜻한 차 한 잔만으로도 충분히 족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자리라면 신부와 신자들 사이에 못할 말도 없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약간의 오해쯤은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녀 키우는 이야기、고부간의 갈등문제 봉사활동에 대한 조언도 스스럼 없이 나눌 수가 있고 특별히 신부님께 바라는 작은 소망 등도 자연스럽게 진언드릴 수가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본당을 이끌어가는 사목위원들도 생각치 못한 신선하고 기발한 사목적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칫 매너리즘과 고착된 사고방식에 젖어있을 수도 있는 본당 사목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본당 신부와 신자들 사이에 대화의 줄이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2천년대 복음화 준비작업의 전초작업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현대는「단절의 시대」라고 한다. 부모와 자식은 물론이고 부부 사이의 대화조차 막혀 있는 현실은 이미 매일처럼 발생하는 무서운 사건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대화가 없는 사회 안에서 교회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자괴감 속에 대화의 문을 닫고 산다면 교회는 더 이상 이 세상을 빛으로 이끌어갈 선구자가 되지 못한다.
진정한 만남이 있는 곳에 진정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신부와 신자들이 마음을 열어놓고 교회와 세상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제관으로의 초대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신자들을 향해 열린 사제관의 문은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이를 향해 열린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복음화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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