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책이 놓여 있다. 그것을 향해서 어느 것을 먼저 택하겠느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적어도 꽃을 먼저 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먼저 택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꽃이 감성이라면 책은 이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꽃에는 향기가 있다면 책에는 생명이 있다.
나는 요 얼마 전에 처음으로 책이 숨 쉬는 소리를 들었다. 생명의 숨소리, 책의 숨소리를 들었다니 그런 허황된 소리는 작작하고 허풍은 그만 떨라고 말할 친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정말 책이 숨 쉬는 숨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푸른 잎이 햇볕을 가리고 있는 나무 아래, 잠들어 있는 아기의 유모차를 보게 된 순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 유모차로부터 책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인스피레이션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아무튼 책의 숨소리를 따라 나는 유모차에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잠든 아기 곁에는 한 권의 시집과 성서가 있지 않는가.
책의 숨소리는 시집과 성서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잠든 유모차 안의 아기, 그리고 아기 곁에 놓여져 있는 두 권의 책, 그 두 권의 책은 생명이었다.
나는 책이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감지한 것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인식으로 나를 흥분케 했다. 책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계기가 된 것이었다.
오래 전, 여행길에서 만난 수녀님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생각난다.『수녀님, 세상을 떠난 사람 중에 가장 불행한 사람은 살았을 때 성서를 한 번도 읽어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도 이 말을 누구에게나 할 수 있다. 그것은 인생의 가치 추구에 있어 성서는 가장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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