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봄이었다. 우리는 가톨릭신문에 실린 작은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서울 구로1동 본당이 구로본동 본당과 구로1동 본당으로 분리되어서 아파트촌과 단독주택으로 서로 분리된다는 기사를 읽고 조금은 놀라고 움찔했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다. 그저 놀라고 움칠했던 것은 우리들의 꿈인 서울 나들이를 못 가게 될지 모른다는 그 생각, 그 일념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원래 아는 것이 없고 배운 것이 없는 우리들은 생각하는 면과 그 모든 것이 단순해서 철부지 어린 아이 같은 단순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생각하는 것밖에 거의 없다.
워낙 몸들이 많이 불편해서 한 번 외출하려면 많은 경비가 필요하고 20여대의 휠체어에 꼭 한 사람씩 붙어서 밀어주어야 움직일 수 있는 우리들, 이런 우리들에게 서울 나들이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이다. 헌데 그 꿈이 깨어진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서글프고 허탈했었다.
우리들은 구로본당 본당과 구로1동 본당으로 분리되면 영영 서울엘 못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분들은 어김없이 우리집을 방문해 주셨고 서울로 초청해 주셨다. 6월 4일, 한창 녹음이 짙어가고 꽃들이 만발한 화사한 계절에 구로1동 본당 아닌 구로본동 본당에서 말이다.
작년에 그분들이 오셨을 때 혹시 안 좋은 느낌이나 시각으로 바라로며 우리들을 주눅들게 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도 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분들은 그렇지 않으셨다. 마치 예수님과의 만남이었고 우리들은 그 만남에서 너무나 깊은 감사와 사랑을 느꼈다.
부유하거나 뭔가 남아돌아 그 남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런 가정에서가 아니라 남에게 꾸지 않을 정도로 살아가는 가정에서 우리를 초청해 주셔서 더욱 감사하다. 여러 가지로 구로본동 본당 신부님·수녀님·총회장님·모든 교우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 수녀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 수녀님들은 지금이 제일 힘들고 어려운 시기다. 작년에 집 내부를 다 뜯어고치는 대공사가 있었기 때문에 재정상의 어려움과 힘겨움이 아직도 남아있는 실정인데도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못해줘서 마음 아파하시는 수녀님들이시다.
이번 나들이 준비에도 너무나 바쁘시고 힘드셨다. 사람마다 옷과 신발을 준비해서 입혀보시고 신겨보시고 가방에 소지품 챙기는 것까지 다 신경을 써주시는 우리 수녀님들. 우리들은 이런「우리 수녀님들」께 너무너무 깊은 감사와 사랑을 느낀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성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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