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미사를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성당 여기저기서 초등부 어린이들이 첫영성체 교리를 배우기 위해서 몰려다니고 있었습니다. 기도문을 외우는 어린이부터 성체를 모시는 날 입을 옷 걱정하는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생각들이 어린이 눈에 어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앞두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퍽 오래 전 제가 첫영성체를 가르칠 때의 일과 돌아가신 어느 신부님 생각에 젖곤 합니다.
본래 첫영성체 교리를 준비하는 일은 교리 준비에서부터 행사 준비와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을 무척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지요. 출석 부르고, 기도문 가르치고, 교리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주의도 주어가면서 두 달 과정의 첫영성체 교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의 어느 늦은 오후였습니다. 교리반에 두 번 빠지면 성체를 모실 수 없다는 교리반의 원칙에 걸려서 첫영성체에 빠지게 된 어떤 학생이 어머니의 손에 끌려 잔무를 처리하고 있던 교실에 들어섰습니다. 그 학생의 어머니 말씀인즉 신문사 주관의 바이올린 콩쿠르 때문에 피치 못해 네 번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며, 빠진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집에서 기도문 암기를 별도로 지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기도문도 잘 외우고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은 되었지만 이미 너댓 명의 어린이가 출석문제로 성체를 모시지 못하기로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되느니 안 되느니 하다 보니 자연 언성이 좀 높아졌습니다. 바로 그때 근처를 지나시던 신부님께서 무슨 일인가 하고 대화에 끼어드시게 되었습니다.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 들은 신부님께서 잠시 제 얼굴을 쳐다보시고 그 어머니 얼굴을 쳐다보시더니 대뜸 큰 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매님, 그 바이올린 선생님한테 가서 첫영성체 시켜 달라고 하세요! 신앙은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게 아녜요, 정성이지, 정성!』
당시 모습을 되뇌이기만 하면 아직도 신부님의 그 목소리가 제 귓전에 맴돌곤 합니다. 그 어린이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신부님의 그 말씀은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신 중요한 좌우명이 아닐까 합니다.
신앙은 이성적으로 따지거나 경전의 지식 정도에 좌우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며, 바로 우리들 몸과 마음을 다하는 정성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정성은 주님께 대한 우리 사랑의 응답이며 고백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응답과 고백은 실천을 전체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신앙을 가르치는 자리인 주일학교는 바로 주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법을 가르치는 자리입니다. 우리들의 삶 전부를 바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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