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합을 마친 신자들이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고 고요와 정적에 싸인 주말밤의 성당. 갑자기 치솟은 불길은 미처 진화작업을 펴기도 전에 성당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지난 8일 밤 11시경 발생한 화재로 청주교구 주덕본당(주임ㆍ김성규 신부) 의 성전이 전소된것.
10일 새 성전 신축을 위한 기공식을 앞두고 발생한 화재는 신자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충격을 주고 술렁이게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사제관 전소 이후 불과 몇달이 지나지않아 또다시 화재로 인해 성전을 잃어버린 신자들의 슬픔과 분노(?) 는 새 성전 건립의 꿈이 컸던만큼이나 컸다.
불이 나자 경찰은 본당회장 사무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본당신자와 신부사이의 불화、성전건립 기금마련 과정에서의 마찰여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심문하고 있다.
미신자의 눈에、그것도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적이다.
절도범이든 정신이 상자이든 신자이든 외부인이든 방화범은 잡혀야하고 본당은 그 원인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결국 성전건립 기공식은 무기한 연기될 수 밖에 없었고 화재앞에 일단 무릎을 꿇은 신자들은 빠른시일내에 불탄 그자리에 하느님의 성전을 온전히 봉헌할 것을 다짐하며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맸다.
아직도 타는 냄새가 코끝을 아리는 화재현장에서 목메인 소리로 화재경위와 성전건립에의 새로운 의지를 전하는 본당신부와 신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왔고 어쩌면 숭고하기 조차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합쳐도 시골본당의 힘만으로는 역부족한 상태인 것은 너무나 자명한 현실. 이미 청주교구는 주덕성당 화재 후 사제평의회를 소집、전교구민의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고 한다.
성전을 잃고 노천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선 주덕본당 신자들에게 격려를 보내고싶다. 그리고 다시한번 전국 교회가 높다란 교구벽을 넘는 형제애를 발휘해야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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