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가톨릭 신자만해도 약 백칠십만、개신교신자까지 합치면 근 8백만이나 되는 인구가 하느님을 믿고 있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누구하나도 자기눈으로 하느님을 직접 만난 사람은 없으며 하물며 하느님과 악수를 했거나 같이 식사라고 해본 사람은 없다.
이점은 오늘 지구상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수많은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다. 생각할 수록 신비스러운 것이 신앙이다. 눈에 보이는 이웃도 믿지못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있으니 말이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곁에
오늘날 우리시대를 흔히 불신시대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일가친척끼리도 서로를 믿지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있다.
신학이나 성서적으로 따지면 인간자체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고 그리스도에 의해서 하느님의 아들 딸이 되었으니 비록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그분을 믿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분을 믿으면서도 보다 뚜렷한 그분을 한번만이라도 직접 보고싶은 소망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분은 언제나 우리안에 우리 곁에 현존하신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존하는 하느님을 내안에서 이 세상안에서 발견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연 하느님을 어디에서 발견할것인가. 제2차「바티깐」공의회는「시대의 표지」를 통해서 하느님을 발견할 것을 강조하였다.「시대의 표지」는 바로 현대인이 살고있는 세상 즉 오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말하며 그속에 하느님은 현존하시고 그리스도는 역사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런데 시대의표지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 하는것이 중요하다.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 즉 자기 중심에서 보면 하느님의 뜻이 왜곡되고 하느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시대의 표지를 복음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럴때만이 하느님의 참모습을 발견할수있다.
◆「사목헌장」은 복음적으로 요약돼
시대의 표지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우리에게 가르친 가장 대표적인 문헌은 바로 제2차「바티깐」공의회 문헌이다. 그중에서도 사목헌장은 가장 중요한 문헌이다.
사목헌장은 시대의 표지를 가장 복음적으로 요약하였고 나아가 이 시대에 사는 인류의 갈망을 과학적이고 신학적으로 분석하였다.
사목헌장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 시대를 변화의 시대ㆍ인격화의 시대ㆍ사회화의시대 그리고 우주지배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변화의 표지는、오늘의 시대는 급격하고 신속하고 보편적이고 계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그러한 시대상황을 직시하여야 하며 교회도 정치인도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격화라는 시대의 표지는、현대인은 자기인격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권력이나 권위가 각자의 인격을 존중해야 하고 특히 인간의 양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화의 표지는、오늘의 인류는 서로 협력하고 협조하여 불균형을 해소하고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며 우주지배는 보다 인간다운 삶ㆍ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이 지구상의 피조물들을 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운동 노동쟁의 속에도…
이와같은 시대의 표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해서임은 앞서 말한바와 같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은 지난 12대 선거에서、학생운동을 통해서、노동쟁의 속에서、기타 많은 사건들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며 그 사건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백성들의 소리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하는 것이다. 성경이나 교회문헌에는 일반학계의 논문이나 저서와 같이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은 없다. 그러나 하느님이 원하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가장 심오한 원리가 전개되고 있다.
하느님은 사랑자체이지만 역시 엄격한 심판자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용서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벌을 내린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에 있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날때 다시 말하여 정의와 자유와 진리에 어긋날때 언젠가는 하느님의 분노가 내려질것이다.
◆자기중심에 빠지면 군림하기 마련
하느님을 믿든 안믿든 하느님은 분명히 계신다. 그러기때문에 모든 시대의 표지를 통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만을 내리거나 자기합리화에 빠질 것이 아니라、하느님은 정말 어떻게 생각하시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특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지도자와 교회의 지도자들은 우리의 현실안에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깊이 묵상하면서 오늘의 인류와 한국인에게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것이다.
자기중심에 빠져 시대의 표지를 올바르게 읽지못하는 권력자나 귄위자는 제대로 봉사를 할수 없으며 오직 백성위에 군림하거나 억압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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