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종종 곤혹을 느낄 때가 있다. 지리를 잘몰라 큰 맘 먹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양반도 비슷한 처지일때가 많은 까닭이다. 구라파에서는 택시를 타고 주소를 내밀면 자신이 없을때 기사가『미안합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하고 얼른 지도를 꺼내 들여다 본다. 확인이 끝나면 정확하게 요구한 번지 앞에 차를 대놓고『여기가 ○○가 ○번지입니다.』 하고 정중하게 일러준다. 내려보면 깜깜한 밤중인데도 번지하나 틀리지 않는 정확함에 새삼 감탄케된다.
▼때때로『타지방에서 옮긴지 며칠 안되어 지리를 잘 모른다』면서 미안해 하는 기사를 만나『지도 가졌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이『아니오』다. 확실히 우리네는 좋은 지도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있는 지도도 활용하지 않고 매사에 그렇듯이 길을 찾는데도 어림짐작으로 때려잡으려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이런 풍토 때문에 낯선곳에 여행하려면 불안이 앞선다. 특히 성당을 찾느라 헤맬때가 많다. 전화로 설명을 들은 후 택시를타고 달려가보면 분명히 있어야할 성당은 안보인다. 안내표지판 하나없는 골목을 보물찾기하듯 뒤지노라면 언제 기사양반의 참을성이 한도에 이를지 몰라 등줄기에 애꿎은 식은땀만 흐른다.
▼언젠가 경기도 현리에 계시는 군종신부님을 찾아간 일이있다. 군종신부님 고생하신다며 신자들이 챙겨주는 미사예물을 들고 그야말로 물어물어 차를 몇번이나 갈아탄끝에 드디어 현리라는 땅에 당도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현리천주교 ○m ○○국민학교 옆」이라는 커다란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순간의 반갑고 고마운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지도속에 항상 성당이 표시돼 있는가하면 기차역 게시판에 그 도시 주요성당의 미사시간까지 붙여놓아 여행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전철」역에서 빠져나오면 수백m떨어져 있는 성당에 이르기까지 길모퉁이 마다 안내판이 세워진 곳도 있는 서양이야기는 집어치우자. 바야흐로 피서철에 접어들었다. 성당근처에 안내판하나 제대로 돼있지 않은 우리네 실정을 생각할때 피서를 떠나는 신자들이 과연 얼마나 성당을 찾아내어 주일미사라도 할수있을까 걱정스럽다.
▼모신부님께서『추기경 대우를 받으려면「로마」로 가라. 주교 대우를 받으려면 미국으로가라. 모든 사제들은 한국으로 오라. 한국은 사제들의 천국이다』라는 농을 가끔 하셨다. 피서철을 계기로 각 교구 종합터미널과 역에 주교좌 성당의 위치와 주일미사 시간 안내판들이 나붙고 피서지 근처 성당에서도 그런 편의를 제공해준다면 한국의 평신도들도 한국 사제들과 더불어 어느정도 천국을 누릴수 있지 않을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