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어렸을 적 기억은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비록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긴 했지만 전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뛰어다니며 놀던 뒷산과 많던 나무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어버릴 것 같이 많은 눈. 밤 따던 숲과 땅콩밭.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 탓에 하얀 얼굴의 저와는 다르게 시꺼멓던 꼬마 친구들… 하나 같이 예쁘고 평화로운 것들입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건 성당. 아니 신부님의 모습입니다. 정말 성당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성당의 이름이 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신부님의 모습은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유난히 키가 작았던 저에게 제대 위의 신부님은 너무나 크고 높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른들한테는 희고 둥근 것-그땐 그것이 성체인지도 몰랐습니다-을 주면서 저 같은 꼬마들에겐 주시지 않는 신부님이 얼마나 밉고 얄미웠던지 전 이담에 꼬옥 커서 신부님이 되어 저 신부님처럼 차별 안하고 저 같은 꼬마들한테도 모두 그것을 나눠 주리라고 철없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7살이 되던 해 저희 가족은 아빠를 따라 부천으로 이사를 왔고 그와 더불어 전 국민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갑자기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뀐 탓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했으나 많은 선생님들의 사랑과 친구들을 통해 금세 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온 탓으로 성당이 어디 있는지 몰라 엄마께선 냉담 아닌 냉담을 하시기 시작하셨고 전 동네 언니들을 따라 언덕 위에 있는 커다란 교회에 다녔습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북 치고 장구 치고 노래 부르며… 전 그런 것에 재미를 붙였고 어렸을 적 다녔던 성당과 교회가 같은 건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신부님이 되겠다는 저의 결심은 여전했고 사제와 목사가 뭐가 다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자꾸 시간이 흐를수록 무언가가 허전함을 느꼈고 바로 그 허전함은 그것을 나눠주시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임을 깨닫고 교회에 다니던 동네 언니에게 물어봤으나 그런 건 안 한다는 대답에 무척 많이 실망했고 그때서야 제가 다녔던 성당과 그곳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교회에 다녀오면 늘 엄마에게 혼이나야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학교 3학년 겨울이 되어서야 전 같은 반 친구를 따라 성당이란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성당이란 곳은 어린 마음에도 너무나 초라해 보였습니다. 3층짜리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던 그 성당이란 곳의 옆은 바로 중국집이라 짜장면 냄새가 진동을 했으며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기에 발냄새까지 섞여 매우 불쾌한 냄새가 났고 바로 앞집에 전세로 얻어놓은 사제관은 방ㆍ부엌ㆍ마루ㆍ옥상 할 것 없이 교리실로 쓰여졌습니다.
동네 언니들을 따라 갔었던 그 커다란 교회. 넓은 마당에 비해 그 성당은 너무나 비좁고 답답하고 조그만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저를 기쁘게 한 것은 그것을 나눠주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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