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해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지냈다. 한국 전체가 떠들석할만큼 천주교회 붐을 일으켰다해도 지나침이 없는 2백주년. 그 2백주년은 행사적인 측면보다 부족한 우리의 역사 의식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있다.
사실 우리교회가 역사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각종 기록 서류 자료 유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ㆍ보존하는 일은 교회의 중요한 업무가 되지못해왔고 그것은 어쩌면 급증하는 교세、부족한 성당 등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바빴기 때문이었다고 볼수있다.
2백주년에 앞서 서울대교구가 주동이 되어 치루어낸 한국교회 첫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행사가 자칫하면 스쳐 지나갈뻔 했던(?)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것이다.
어쨌든 교수설정 150주년、교회창립 200주년의 준비과정과 행사를 거치는 동안 부족하고 얕은 우리의 역사의식은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각 교구 본당 단체들이 다투어 자신들의 약력을 정리했으며 교구사ㆍ본당사 단체사가 그 결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최근 교회가 설정한「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켜보면서 모처럼 피어난 역사 의식이 또다시 침몰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실망을 금할수 없었다. 65년 한국주교회의가 제정한「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이 올해로 꼭 20주년을 맞았는데도 그 20주년을 기억하는 곳은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날」을 설정한 것은 그「날」이 필요해서였을 것이고 설정한 이상 교회는 그「날」을 설정한 의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할 책임이 있다.
더구나「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은 고통중에 있는 우리의 또다른 지체와의 일치를 위해 기도를 모으는 날이 아닌가?
100주년ㆍ200주년은 10주년ㆍ20주년을 거쳐서야 맞게되고 10주년 20주년의 기록이 제대로 남겨져야만 100주년ㆍ200주년을 기념할 수 있게된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는 사소한 기록ㆍ자료가 얼마나 소중한가 절실히 체험했다. 결코 쉽게 잊어서는 안될 체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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