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의 꽃가게에 쭈그리고 앉아 실컷 구경을 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석란을 골라잡은 것은 몇달 전의 일이었다.
집으로 오는길에 큰돌 하나를 주워들고 패인홈에 흙을 넣고 란을 심으며 과연 살아날 것인가 의심스러웠다. 마를 세라 눈 뜨기가 무섭게 분무기를 손에 들고 석란에게로 가서 물을 주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 보며 나의 얼을 쏟아왔다.
처음 한동안은 죽은 듯 변화를 찾을 수 없더니 차츰 날이 가면서 가느다란 작은 대롱 줄기에 예쁜 싹이 돋아나고 새순도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적을 깨뜨리는 이 없이 고요하고 한마디의 말도 고스란히 가라앉는 집안에 하나의 새순이 움터나옴은 생명의 외침이요 삶의 부르짖음처럼 느껴진다.
하루 하루 다르게 자라나는 파란싹을 보면서 게으름과 열의 없는 마음에 삶의 힘찬 충동을느낀다. 물끄러미 자연생명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면서 비천한 자신의 내심에 깊은 평화와 기쁨과 끊임없는 신뢰의 정으로 희망을 안겨주시는 성령의 감도하심을 감지하게된다.
이젠 주님의 눈길안에서 석란에 물을 준다. 석란은 물을 마시고 싹을 움터냄으로써, 또 나는 그것을 바라봄으로서 주님을 찬미한다. 아침 점심 저녁 나와 그이와 석란은 삼중창으로 끊임없이 우리의 생명이신 주님을 찬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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