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밀라노 출신의 쟌나 베레타 몰라 여사가 지난 4월 29일「모든 어머니의 주보」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됐다.
불과 32년 전인 1962년 4월 28일 사망한 평범한 한 가정주부가 이토록 빨리 복녀위에 오르고「모든 어머니의 주보」로 선포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의 죽음이 일상적이거나 평범한 것이 아닌, 바로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친 살신성인의 죽음이었다는 사실이다. 곧 그녀는 네 번째 태어난 딸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꾼 것이다.
1922년 8월 4일 밀라노 마젠타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 13형제 중 10번째로 태어난 쟌나는 마흔 살이 되던 61년 네 번째 아이를 임신한 후 자궁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소아과 전문의였던 쟌나는 주위로부터 낙태를 하고 암을 치료 받으라는 수많은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그것을 뿌리치고 62년 4월 21일 네 번째 딸을 낳고 일주일 후 사망했다.
쟌나 몰라는 평소 가톨릭 의사로서『생명은 신성하고 불가침적인 것』임을 주장해왔고『아기의 생명권도 어머니의 생명권과 똑같은 것으로 태중의 아이를 직접 죽이는 것은 치료 목적상의 낙태라도 중죄』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바로 그녀는 신앙인으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의사로서 동등한 두 생명 중 살아 남아야 할 보다 나은 가치를 선택했으며 참된 인간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극명히 보여주었다. 즉 그녀는 신앙과 삶과 직업의 조화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탁월한 여성이며 위대한 어머니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녀에게는 살고 싶은 욕망이나 갈등이 없었겠는가? 또 아이를 낙태시키고 암을 치료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가져보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아이가 벌써 셋이나 있는데 구태여 넷째 아이를 출산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겠는가? 더구나 아들도 아니고 딸인데도….
그녀의 죽음은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바보스런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죽음은 아무나 쉽게 따를 수 있는 것도 못된다. 쉽게 지워버릴 수 있는 연약하고 가냘프기 이를 데 없는 태아를 살리기 위해 40세의 젊음도, 의사라는 지위나 신분도 모두 포기한 것이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은 위대한 모성, 숭고한 헌신, 그리고 하느님을 닮은 조건없는 사랑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그녀의 죽음은 아들이 아니라서, 원하지 않은 임신이라서 그리고 한ㆍ둘만 낳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낙태를 자행하고 있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한없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이제 제발 더 이상 낙태를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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