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주일은 지나갔지만 섭섭한 마음을 가눌수 없다. 시성 1주년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무심히 보낸탓이리라. 지난해 교황방한때의 그 열광적인 환호성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물론 우리는 그날 교황을 위해 기도했고 또 매일 미사때마다 사제와 신자들은 교황을 위해 기도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인간이 외롭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교황이야말로 외로운 분이 아닐까싶다. 요한 23세께서 갓 교황이 됐을 때의 이야기다. 너무나 중대한 문제 때문에 근심이 되어 밤중에 잠이 깨었다.「베니스」대주교 시절에 하던대로『날이 새면 교황님과 의논해야지』하다가 갑자기『아、참! 내가 교황이지…가만있자…좋아 주님과 의논하지 뭐』했다고 한다.
▼현대의 교황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 아마도 교황이 너무 많다는 점이 아닐까싶다. 가톨릭 신자까지도 한분의 교황을 이론적으로는 인정하지만 사사건건 각자가 교황이되어『사제독신제를 폐지해야한다』『피임을 허락해야한다』떠들어 댄다. 피임은 자연법에 어긋난다는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보려고도 않고 불편하니 편하게만 해달라는 거다. 일정한 용기속에 갇혀있는 물이 얼면 자연법에 의해 부피가 늘어나 용기가 터지게 마련이다. 교황이 앞으로는 그런 경우 용기가 터지지 말아야 한다고 결정하면 용기가 터지지 않는가? 스스로 하느님의 법에 충실하면서 신자들도 충실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황의 사명임을 깨닫는다면 그토록 함부로 요구하지 못하리라. 백성들이 요구한다고 진리가 아닌것、더구나 백성에게 해론운것을 허락할수 있겠는가? 교황의 권한에도 한계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틴성당 제대뒤 벽에「최후의 심판」을 그릴때의 이야기다. 그림이 완성되기전에 당시 의전국장이 그림을 혹평했다. 화가난 미켈란젤로는 의전국장 얼굴을 지옥의 사자 미노스의 모델로 삼았다. 뒤늦게 이사실을 발견한 의전국장이 교황께 가서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당시 교황 바오로 3세께서 점잖게 대답하셨다.『내 비록 교황이긴 하지만 이미 지옥에 빠져있는자를 건져낼 권한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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