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고달픈 것이고 서러운 것이다. 오죽해야『객지 탄다』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하물며 타국생활、그것도 부당한 취급을 받아가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서럽기보다 비참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정의문제며 인권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객지탄다”는 말까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교포들은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은 모양이다. 사회적으로 그렇지만 제도적으로도 부당한 취급을 당해가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아픈 역사적 배경이 깔려있는데다가 그리 좋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비교적 우리 교포중에 많은 편이라 사회적으로 괄시를 받기 쉬운 분위기는 개선되지를 않고 있는것 같다.
최근 교포사회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중 소위 지문날인 문제가 있다. 교포들은 기관에 가서 지문을 등록해야 하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교포는 이를 민족차별이요 인권유린이라며 지문날인을 거부하거나 항의를 하다가 연행까지 당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계약같은 문서에서 흔히 도장 대신 손도장을 찍듯이 지문날인도 손도장 찍는 정도로 생각한다면 거부할 것도 항의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재일교포의 지문날인이다. 죄수가 형기를 마치고 석방되면서도 열손가락의 지문을 남겨놓고 나와야한다. 그것은 언제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그때 가서 쉽게 찾아 잡을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자는 것이다.
◆재일교포 지문날인 문제
더구나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필자로서는 단순한 지문날일 거부뿐아니라 연행되면서도 항의하거나 데모까지하는 교포들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몇년 전의 일이다. 필자도 외국인이기에 그런 지시를 받아 출입국 관리실에 가서 엄지 손가락만이 아닌 열손락 모두의 지문을 찍었던 일이있다.
그때의 심정은 그리 좋지 않았고 참 무거웠었다. 그때 필자는 무슨 법에 의해서 그렇게 하는지、적용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서 하라는대로 했지만. 왜냐하면 필자가 그렇게 하는것이 어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거나 또는 양심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일이 되거나 하는것이 아니라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하라는대로 했던것이다. 법이란 법취지를 이해하거나 잘 모를거나 준수되어야 하는 것이며 대단히 중요하고 충분한 양심문제가 없는 한 준수되어야 하기때문이다.
하여튼 필자는 이런 경험과 우리교포들이 고국을 떠나 거기에 가게 된 쓰디쓴 역사적 배경、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들이 살아가고있는 환경과 사회적지위를 생각하면 분노와 서글픔을 금할수 없다.
(게다가 한국은 이 땅에서 살고있는 외국인들에게 아무런 불이익이나 불편을 주지않고 있고 오히려 일종의 대우까지해주고 있는데) 그러나 이런 문제는 민족감정이나 개인 경험만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분명히 민족감정을 초월하는 정의문제요 인권문제인것이다.
◆일본 정평위서 협조편지
얼마전 일본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에서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가 날아왔다. 사연인즉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교포 몇명이 지문날인을 거부하여 문제가 되고있다고 지문날인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본천주교 정의평위원회는 그러한 거부와 항의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법무성에 법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 교포들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하여 운동을 하고 있으니 한국천주교회도 합류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한국정의평화위원회와 상의하여 요청한 바에 대하여 응하기로 했었다. 일본에는 살고있는 한국교포들의 지문날인문제나 사회적 지위향상문제는 분명 민족감정을 넘어 정의문제와 인권문제로 국제적 유대까지 이루어지면서 그 개선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비록 일본인들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본천주교 정의평화위원들은 비록 일본 사람들이지만 한국교포들의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지지하는 것을 보면 이미 그들은 민족감정을 초월한 사람들이거나 초월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일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올바른 사람들이다. 국적이 어떻든 정의와 평화를 건설하는데 힘을 합친다는 것은 옳은일이다. 선의의 사람들이 이렇게 힘을 합칠때『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며 주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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