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다.
서울시내 모고교 교사이면서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K선생님은 곧 있는 본당 중고등부 하기 캠프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루 6~7시간씩 줄지어 기다리던 수업도 끝났고 이제는 본당 청소년들과 어울려 자연속에서 하느님을 만날 새로운 체험만이 남았다.
토요일에 만나는 중고등부 학생들 마음은 벌써부터 캠프장으로 달려가곤 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K선생님의 마음 한구석은 무거워진다.
올 여름 자율학습의 열기는 또얼마나 뜨거울 것인지…캠프장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학교로 돌아가야할 고등부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율학습시간은 길어지고 본당 행사나 가족여행으로 빠질때에도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오늘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면서 K선생님은 하기캠프뿐만 아니라 교리경시대회 성가경연대회의 중고등학생 참여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교사연합회 교사들의 걱정을 떠올려본다.
『저는요、선생님 꾸중보다 친구들이 더 무서워요』얼마전 몸이 아파 자율학습을 조퇴해야 했던 담임반 학생의 고백은 남아서 공부할 학생들에 대한 경쟁심을 보는듯해 K선생은 안타까왔다.
사정이 있어 일찍 돌아가겠다는 학생을 야단친 적이 없는데 꾸중을 들을까 노심초사했을 그 학생에게 몸조리 잘 하라고 보낸 뒤 K선생님은『왜 그 학교는 일찍 돌려보내느냐』며 자율학습시간을 연장하라던 학부모의 항의전화를 되새겨보았다.
교육열은 세계 제1위라고해도 지나치지 않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K선생님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다. 그러나 아직도 본당에 중고생들이 활동하는걸 보면 꼭 암담한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본다. 그의 귀에는 밝은 얼굴로 종업식 인사를 하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선생님、집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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