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7쌍의 부부 가운데 1쌍이 이혼을 하고 결혼 5년 내 파경이 물경 36.3%에 달한다. 결혼 후 2년 안에 해체되는 가정도 15%에 이르고 있다. 전체적 비율로 볼 때 결혼에서 파경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세계에서 가장 짧다. 단연 1등이다. 그뿐인가. 우리나라 이혼부부가 결혼 후 이혼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8.4년으로 9년 정도인 미국, 10년 8개월인 일본, 11년, 13년, 그리고 16년 걸리는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 구미 각국과 비교해 봐도 가장 짧은 기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쉽게 만나서 헤어진다는 것이다. 소년소녀가장이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 85년도에 4천9백여 명 정도이던 전국의 소년소녀가장은 93년 7천3백여 명으로 늘어났고 이는 10년새 약 50% 정도가 증가한 수치다.
이상은「통계청」이 15일 가정의 날을 기해 발표한「우리나라 가정 현황」에 대한 통계 자료에서 나타난 수치이다. 이 통계 자료는 현재 한국 가정의 급속한 붕괴현상을 그대로 짚어내고 있어 섬뜩하기조차 하다. 어찌 생각하면 파경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한국의 가정, 그 실체는 역시 붕괴일로에 있는 한국 사회의 작은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통계 자료를 보면 부부간의 불화가 이혼 사유의 83.6%를 차지, 압도적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부부들이 맞지 않는 성격이나 잘못 등을 결코 참지 못한다는 추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또 근대화 과정에서 말없이 진행되어온 핵가족 문제가 가정 운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그대로 입증해 주고 있기도 하다.
부부간의 다툼이 있을지라도 시부모 삼촌 고모 등등 두 사람 사이를 원만히 메워 줄 완충지대가 있었던 과거에 비해 부부만이 달랑 사는 핵가족 상황하에서는 어긋난 부부간의 감정을 메워 줄 방도가 별도로 없다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보다 무서운 사실은 91년도에 비해 92년도의 이혼율이 10%를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일 이 추세대로 지속된다면 머지 않은 장래 우리는 결혼한 모든 부부가 해체되는 끔찍한 결과를 목격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지만 현재 우리의 가정, 그 현주소는 바로 벼랑 끝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 한 현실은 핵가족 시대임에도 불구, 과거나 오늘이나 시어머니의 역할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물론 부정적 의미의 역할이다. 과거야 그렇다손 치고라도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가정 파괴, 부부 해체의 주 요인에서 시어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 안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이른바「혼수 컴플렉스」사건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얼마 전 매스컴을 떠들석하게 장식한 이 사건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이혼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로 더욱 유영해진 사건이다. 며느리를 구박하고 종국에는 아들 가정의 파탄까지 몰고온 책임을 물어 시어머니에게도 위자료를 물린 이 사건 역시 혼수 시비가 발단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5천만 원의 지참금이 적다고 구박한 시어머니 집안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소위「사장댁」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사회심리 학자들은 지참금이나 혼수를 유별나게 따지는 시어머니일수록 자기 자신은 보잘 것 없는 혼수를 해왔던 경력의 시어머니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보잘 것 없는 혼수에 대한 컴플렉스를 며느리에게 과다한 혼수를 요구함으로써 보상 받고자 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 이성적 사건이 가정 안에서 진행되는 동안 시아버지라는 가장의 역할은 도대체 어디로 실종을 했었는가 하는 점이다. 수천대의 지참금이 적다고 구박하는 시어머니와 그 구박에 박수 치며 기름을 부은 아들의 행태가 진행되는 동안 작지만 하나의 회사를 경영한다는 시아버지는 어디로 증발했었는가 말이다. 조금 비약한다면 그 시아버지는 회사를 운영하고 사람을 다스릴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한 조사 기관은 현대 부부들의 이혼 사유 가운데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성격 차이고 다음으로 많은 이혼 사유가 바로 혼수문제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사실을 입증이나 하듯 수 년 사이 혼수로 인한 가정 파탄 문제는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단골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해체가 가속화 되고 있는 우리네 가정사에 시어머니가 그 가속화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다.
자녀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모성은 아마도 세계 1위를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었던 우리의 모정이 아무리 식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녀들의 가정 해체에 어머니가 한 몫을 한다면 이보다 끔찍한 현실은 없다.
제1회 세계 가정의 해, 정부는 가정의 위기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교회 역시 무엇이 잘 사는 길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보다 적극적인 가르침을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해체되고 있는 가정, 더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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