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이미 세상을 먼저 간 문우들이 남긴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바하와 브람스의 음악을 듣고 줄줄 눈물을 흘린다.
아내는 이런 나를 보고 노년기에 접어든 자기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데서 오는 유행성 독감 같은 센티멘털리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 눈물에 대한 아내의 이런 평가는 어디까지나 아내 나름대로의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흘리는 눈물에는 아내의 생각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서 독특한 눈물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요 얼마 전에 소공동체를 위한 서울대교구 신부님들의 연수가 있었다. 그날 나는 우리 본당 사목위원 몇 사람과 함께 신부님을 수련장까지 모셔다 드렸었다. 그러나 신부님 한 분을 남겨 놓고 돌아설 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대로 영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허약해진 감정에서 도래된 발상에 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마음은 편치 않았고 서글프기만 했다.
절대로 배신해서는 안 될 분을 배신하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었다.
마침내 우리가 탄 차가 서서히 미끄러져 돌아서 나올 때 우리를 배웅하던 신부님이 갑자기 차창으로 급히 다가와서 주먹으로 차창을 두들겼다. 그리고는 무슨 말인가를 한 마디 하셨다. 그 순간 내 눈에서는 소년이 흘리는 눈물 같은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도대체 내 눈물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가. 차창을 두들긴 신부님의 행위와 내 눈물은 어떤 역학관계를 지니고 있는가. 어쨌든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 뜨거운 내 눈물은 차창을 주먹으로 두들긴 신부님의 행위에 대한 해답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흘린 눈물의 의미는 반사적인 애정에서 솟구친 순수한 표현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던 가슴의 언어를 대신한 표현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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